61화
세상에 요양원이 다 그렇지는 아니하겠지
그러나 내 외할머니 계시던 요양원에서는
참으로 속 아픈 일이 있었어
어머니 뵈오려고 외삼촌이 찾아간 날
방에서 찰싹찰싹 소리랑
끙끙 거리는 소리가 나더라는 거야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다가가서 조용히 살펴보니
외할머니 보살피던 중국 여자가
기저귀 갈다 말고 화가 나서
외할머니 엉덩이를 때리고 있더래
어머니 잘 부탁한다며 음료며 간식을
그렇게도 챙겨 주었더랬는데
볼 때마다 친절한 미소에 고마워했었다는데
맑은 하늘에 날벼락같은 일이었지
그 일로 요양원을 옮겼지만
가족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어
아아... 치매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슬픈 기억도 추억이 되더라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픈 추억
치매를 앓기 시작한 이후로
기억들이 하나 둘 지워지더니
아기가 되어버린 내 어머니의 어머니
나중엔 자식조차 못 알아보고
말수도 없어지셨지
어린 외손주들 따스하게 보듬어주시던 미소
맛있는 음식 만들어 주시고
예쁜 신발도 사주시던 외할머니
문득 그리워지는 10월의 어느 날.
외할머니는 장수하셨지만 말년에 힘든 시간을 보내셨어요. 가끔 요양원에 찾아가면 무표정한 얼굴로 말 한마디 없으셨어요. 그때는 속상하기만 했는데 다시 생각하다보니 몹시 그립네요.
외할머니, 그곳에서 평안하시지요?
<글. 사진: 숲길 정은> 매일 오후 10시 발행/ 70화 발행 후 첫 시집 출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