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아한 숲길 Oct 15. 2024

귤 하나

68화

   


귤 하나

                  

"귤 사세요. 규울, 맛있는 귤이 왔어요."

작은 시골 동네에

오랜만에 등장한 귤트럭

먼발치서 침만 꼴깍거리다가

큰 용기 내어

작은 아이 다가간다


"아저씨, 동전 하나밖에 없어서 그러는데

한 개씩도 팔아요?"

한마디 묻고는 귤보다 더 붉어진 볼


듣자마자 귀찮은 표정으로

“하나씩은 안 판다.”   


두 말도 못 하고 돌아선 작은 등을

가만히 다독여주는 따스한 햇살.




    초등학교 시절의 경험을 시로 옮겨보았습니다. 아주 작은 경험이었지만 속상하고 민망하고 아쉬웠던 감정이 어른이 되어서도 떠오르더라고요. 동전밖에 없어서 그 가격만큼 과일을 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그렇게 매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요. 그냥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그 아저씨도 아저씨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 이유를 모른 채 마음 상했을 어린 시절의 '나'에게 따스한 햇살 한 자락 보내어 위로해 봅니다.



<글. 사진: 숲길 정은> 매일 오후 10시 발행/ 70화 발행 후 첫 시집 출간 예정.



매거진의 이전글 빛그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