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브런치북에서 매거진으로 자료 이동중입니다)
기림의 날
화(禍)가 천불이 되어
온몸을 불살랐어
뼈와 뼈마디
작은 세포 하나까지도
검게 그을러 졌지
전쟁은 미친 짓
승냥이 시커먼 욕심 채우려고
가장 작고 약한 존재를
짓밟아 뭉개고 부수었어
먼지처럼 작아져
소리조차 낼 수 없도록
광복의 날
사람들이 해방을 기뻐하는 동안
누군가는 살해되고
누군가는 유기되고
누군가는 자살을 강요받았지
겨우 살아남은 목숨
고래심줄보다 질긴 생명
고향으로 돌아와도
따뜻하게 반겨주는 이 없었어
이게 무어냐
광복이 무어냐
화냥년, 화냥년이라니...
끌려간 그날 이후
가슴에 살던 별은
아득한 절벽 아래 시커먼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어
부모도 형제도
쉬쉬하며 내 안의 별을 잠재웠지
서러워 가슴이 시려
해방이 무어냐
아직도 어두운 굴에 갇혀
어린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영영 봄날은 안 오는 게냐
미안하다는 한 마디가
그리도 어려운 것이냐
발뺌하는 철면피
도대체 얼마를 원하냐는 말에
심장이 촛농처럼 녹아내린다
나는 아직도 맨발
추운 날에는 더 견디기 힘들어
가슴 깊은 곳에서
시퍼런 회오리바람 돈다
웅웅웅 울음소리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