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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숲길 Nov 05. 2024

기림의 날

3화 (브런치북에서 매거진으로 자료 이동중입니다)

기림의 날


화(禍)가 천불이 되어

온몸을 불살랐어

뼈와 뼈마디

작은 세포 하나까지도

검게 그을러 졌지

    

전쟁은 미친 짓

승냥이 시커먼 욕심 채우려고

가장 작고 약한 존재를

짓밟아 뭉개고 부수었어

먼지처럼 작아져

소리조차 낼 수 없도록     


광복의 날

사람들이 해방을 기뻐하는 동안

누군가는 살해되고

누군가는 유기되고

누군가는 자살을 강요받았지

겨우 살아남은 목숨

고래심줄보다 질긴 생명

고향으로 돌아와도

따뜻하게 반겨주는 이 없었어


이게 무어냐

광복이 무어냐

화냥년, 화냥년이라니...

끌려간 그날 이후

가슴에 살던 별은 

아득한 절벽 아래 시커먼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어


부모도 형제도

쉬쉬하며 내 안의 별을 잠재웠지     

서러워 가슴이 시려

해방이 무어냐

아직도 어두운 굴에 갇혀

어린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영영 봄날은 안 오는 게냐     

미안하다는 한 마디가

그리도 어려운 것이냐

발뺌하는 철면피

도대체 얼마를 원하냐는 말에

심장이 촛농처럼 녹아내린다     

나는 아직도 맨발

추운 날에는 더 견디기 힘들어

가슴 깊은 곳에서 

시퍼런 회오리바람 돈다

웅웅웅 울음소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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