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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한 숲길 Sep 20. 2020

서두르지마,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꽃중년을 위하여~


오래전부터 그랬다. 늘 혼자 바쁘고 정신없이 지냈지만 막상 실속은 별로 없었다.


새벽부터 잠들기 전까지 시간을 쪼개어 계획하고 하나하나 체크하기도 했었고 남은 삶의 시간을 아껴 사용하겠노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달려 보았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주워 담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지금도 여전하다. 계획을 세우고 하나라도 더 실천 하려고 버둥거린다. 가끔은 성취의 기쁨에 들뜨기도 하지만, 그보다 자주 ... 못난 나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울상 짓는다. 이상은 높고 현실은 바닥이라서.


"차분해지자. 다그치지 말고 지혜롭게 하자."


조용히 숨을 고른 후, 지친 어깨를 토닥거린다.


"서두르지 마. 넌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오늘 아침에도 평소처럼 아들과 산책에 나섰다. 매일 한 시간의 산책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채워주기에 기대되는 시간이다. 길에 나섰더니 끔찍하게 더웠던 공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제법 서늘해진 공기가 가득하다. 자연은 순환 능력은 놀랍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처럼 돌고 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긴긴 여름을 지나 눈앞에 펼쳐진 가을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산하고 황량한 겨울이 곧 오겠지만 일단은 아름답게 무르익고 물들어가는 가을 풍경에 집중해 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30대 초반까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나 경이로움이 별로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이 밝아졌고, 가을이라는 계절도 충분히 아름답고 축복된 계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렇듯 지식으로 배우는 것과 삶으로 배우는 것은 분명 깊이가 다르다. 그러하기에 지금껏 살아온 시간들이 비록 아쉽거나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소중한 것 아닐까.



지나온 가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가을이 언제였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남편과 둘이서 지리산으로 단풍 출사를 다녀왔던 2년 전 가을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우리는 다정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의 데이트가 더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사진을 찍기만 하다가 피사체가 되어 찍혀 본 경험 때문일 것이다. 딱히 건질만한 사진이 없었다는 게 조금 아쉬웠을 뿐. (우리 남편이 사진 공부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단풍 축제 때 가면 너무 복잡할 거라며 며칠 미리 갔더니 단풍이 설익었던 기억, 하지만 곁에 사랑하는 님이 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가끔은 결코 닿지 않는 평행선이나 꽉 막힌 벽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겐 최고의 짝꿍이다. 남편만큼 나를 사랑해 주고 챙겨주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마냥 푸릇할 줄 알았던 우리 부부도 중년으로 접어들었다. 요즘에는 꽃중년이라는 말이 있던데 중년이든 노년이든 꽃처럼 예쁘게 나이 드는 건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것이다. 그와 나 둘이서 예쁘게 무르익어 갔으면 좋겠다. 하나뿐인 아들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마음만 앞서지 말자. 뒤돌아 서서 미련을 두지도 말자. 다만 현재에 충실하고 감사하며 살자. 그리하여 곱게 무르익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일 것이다.



















"서두르지 마,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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