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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의 기쁨

블로그에 100일 동안 글쓰기 90일차

by 단아한 숲길

요즘 아이들은 좋으나 싫으나 다녀야 하는 학원을 우리 어릴 때는 다니기 힘들었다.

조금 사는 집안이면 몰라도 먹고살기 빠듯한 형편에 학원은 사치로 여겨질 뿐이었다. 형제가 많은 경우에는 더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그림이 좋았다. 그래서 미술 학원에 보내 달라고 떼를 써보았으나 소용없었다. 그때의 한을 어른이 되어 풀어내고 있다. 이번 수업 시간에는 돌탑을 그려보았다. 혼자 그리려면 막막했을 텐데 그림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 배워가니 더 즐겁다.


돌을 그리다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대추가 저절로 둥글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돌도 저절로 둥글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돌이 둥글어지기까지 수억만 번을 부딪히고 뒹굴었을 것이다. 엄청난 세월을 이겨내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인생을 사는 모든 이들은 둥글어지기 위해서 구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을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만남과 사건들은 하나도 의미 없는 것이 없을 것이다.



장석주 시인의 시는 깊고 오묘하다. 단순한 표현 안에 깊은 사색이 녹아있다. 시인은 엄청난 독서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대추 한 알'이라는 시는 시인의 역작 중 대표적인 시다. 이 시 역시 그냥 나왔을 리가 없다. 세월 속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작가의 내면을 다듬어 냈기 때문에 얻어진 보석일 것이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장석주 시인 <대추 한 알> 중 일부



나도 일과 그림과 글쓰기 등을 통해 나를 둥글게 만들고 있다. 때론 버거울 때도 있지만 과정 중에 얻어지는 작은 성취들이 있기에 보람을 느끼며 지속한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그림을 완성했을 때, 꼬였던 대인 관계에서 해결점을 찾았을 때, 극도로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어설프게나마 글을 완성했을 때 성취의 기쁨을 느낀다.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도 90일차에 이르렀다. 100일을 채우고 말겠다는 각오와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막상 해 보니 체력이 달려서 힘든 날들이 많았다. 특히 회사에서 처리할 일이 많아서 무리한 날은 더 힘들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여기까지 와준 나 자신이 기특하고 고맙다.


남은 열흘이 기대된다. 안간힘을 다해 산을 오르다가 거의 다 왔다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들뜬다. 이마에 맺힌 땀을 한번 닦아주고 심호흡 한차례 하고 나서 계속 오르자. 산 정상에 서면 얼마나 기쁠까. 또 하나의 성취를 통해 더 둥글어진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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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EF%BC%BF20210129%EF%BC%BF225629%EF%BC%BF592.jpg?type=w1 돌탑 그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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