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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으로 돌아갈래?

글쎄 난 지금이 좋아.

by 단아한 숲길


거실 수납장에 들어 있던 usb(메모리)를 별생각 없이 열어 보았는데, 사진 여러 장이 발견되었다. 사진 속에는 친정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우리 부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2011년에 친정 엄마 생신 축하 모임에서 찍었던 사진들이었는데 모두 지금보다 훨씬 날씬하고 앳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쩐지... 오래전 사진이었구나. 10년 세월 동안 다들 참 많이 변했네.'



형제 카톡 방에 사진 몇 장을 올렸다. 10년 동안 많이 변해서 못 알아보겠다며 농담을 주고받다 보니 그날이 그리워졌다. 사진 속에 담긴 우리의 모습과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 10년 전의 그날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그 날로 되돌아가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서른여섯이었던 그때,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난임으로 인한 고통이 연속되던 시기였다. (28세에 결혼) 난임을 겪는 이들의 스트레스와 암 환자의 스트레스 수치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 말에 동의한다.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도 문득 슬픔이 밀물처럼 닥치면 주체할 수없이 눈물을 쏟아내곤 했는데, 다 울고 나면 기진맥진해서 깊은 잠에 빠지곤 했다. 언젠가는 빛이 있을 거라 믿으며 어둡고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답은 'NO'다. 아무리 젊음이 좋다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시 겪으라면 절대 못 견딜 것 같은 시간이었기에. 벌써 9살이 된 귀염둥이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감사할 수 없다. 다행히 경제적으로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훨씬 좋다. 지금을 살고 싶다. 지금을 부지런히 살다가 10년 후 우연히 이 글을 보면서 흐믓하게 미소 지을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10년 후에 나는 지금보다 훨씬 멋진 삶을 살고 있겠지? 더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살고 있을것만 같다. 그 때도 나는 자신 있게 말할지 모른다.


"10년 전으로 돌아갈 필요 없어. 지금이 훨씬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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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173.JPG 10년 전에 찍은 식당 주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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