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되었을 때는 괜히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젊음에서 멀어지는 일이며 주류에서 비주류로 밀려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얼마나 틀에 박힌 착각이었던가.
꽃의 아름다움에만 집중하다 보니 열매의 아름다움에는 마음 두지 못했었다. 하지만 사람의 일생이 자연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이제 좀 알 것 같다. 뽀드득 새싹의 신비함과 아름다움부터 화사한 꽃과 풍성한 열매의 아름다움까지 어느 한순간도 아름답지 않은 순간이 없지 않은가. 심지어 열매가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작은 씨앗조차 못 말리게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실제로 꿈을 펼치는 데 나이는 별 상관이 없다.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되기도 하고 작가가 되기도 하며 평생 꾸었던 꿈을 이루기도 한다. 심지어 98세에 첫 시집을 내고 시인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시바타 도요) 오래 전에 이 분의 기사를 보고 희망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므로 매 순간이 귀하다. 나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순간을 살아내는 열정과 지혜 아닐까. 젊음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젊음이 다는 아니다.
문학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욕심에 처음으로 평생교육원의 문을 두드렸을 때 내 나이는 마흔한 살이었다. 늦은 나이지만 그래도 도전해 보겠다며 갔는데 막상 가보니 15명가량의 문우들 중에 내 나이가 가장 어렸다. 오히려 젊음이 부럽다는 말을 들으며 다녔었다.
그때 생각했다.'40대가 되면 30대가 그립고 70대가 되면 60대가 부럽겠구나.'
그러므로 내일보다는 오늘이 젊은 것이고, 오늘의 젊음을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들추어 내며 아쉬워할 필요도 없고, 보다 젊은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이미 그 시간을 누렸고 그는 그의 시간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먹어가는 것에 대해 공감 가는 시가 있어 소개한다.
그대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박우현 시인)
이십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대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의 아름다움을 눈치채자. 더 빠르게 눈치 챌수록 더 많이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 지난 시간은 지나간 시간일 뿐, 지금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