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과 감상들이 쌓여가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남기고 싶은 말들과 여운도 쌓여가고 있다. 쌓여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식사 이후에 아이와 놀아주고 아이가 잠든 후에는 유튜브로 정치나 건강에 관한 정보를 듣는다. 가끔 온라인 쇼핑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출근하기 바쁘다. 모든 바쁜 일을 제치고 우선 글을 써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참 어렵다.
전보다 작가로 진입하는 장벽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맞으면서도 틀리다. 겪어보니 그렇다. 매일 꾸준히 쓰고야 마는 사람, 쓰는 일에 희열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 문장을 다듬으면서 자신의 마음까지 다듬어 내는 사람이라야 작가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의 타이틀보다 더 중요한 건 쓰기에 대한 진정성 아닐까?
무엇이든 반복해서 하다 보면 실력이 는다. 글 쓰는 일도 그렇다. 타고 난 실력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일 것이다. 다만 꾸준히 하는 일이 참 어렵다.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던 문장을 끌어올려서 다듬고 빛내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요즘엔 허울만 작가인 사람도 많다. 유명세를 빌어 작가가 되기도 하고, 어설픈 실력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한다. 유명한 사람에게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의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자본주의 원리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하다. 유명인이 글의 자료만 제공하고 글은 다른 사람이 쓴 후에 본인이 글을 쓴 것처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혹은 누군가의 완성도 낮은 원고를 꾸미고 다듬어서 상품성 있는 책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된 책을 베스트셀러에 진입시키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출판 관계자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작가가 자신의 책을 많이 구매하면 된다. 많이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결국 '뜨려면 투자하라.'는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초기에 판매가 많이 된 책은 서점의 메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아무래도 잘 팔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책 표지 디자인과 끌리는 제목이 큰 몫을 한다고 함)
그렇다고 모든 베스트셀러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노력과 실력으로 베스트셀러의 영광을 안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 마음은 똑같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은 가슴에 별 하나를 다는 것과 같은 긍지일 텐데 싫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만 작가의 실력보다 화려한 연출이 훨씬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름휴가 둘째 날 아침에 여유롭게 글을 써본다. 글쓰기에 게으른 편이라 찐작가가 되는 길은 멀기만 하다.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봐야지.' 반복되는 다짐을 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노력한 날들이 모여서 실력 있는 진짜 작가가 되길 소망한다. 글쓰기에 희열을 느끼며 그 자체로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 인생 첫 책을 내보겠다며 나름 용을 쓰는 지금의 시간들이 먼 훗날 향기로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