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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를 통해 원고 청탁이 왔다.

어설픈 글쟁이의 소소한 기쁨

by 단아한 숲길


오랜만에 브런치 앱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출간제의(?)는 아닐것이고, 어떤 제안인지 너무 궁금하여 즉시 상대방에게 메일을 보내 확인해보니 원고 청탁 제안이었다. 브런치 작가 활동 초기에 썼던 글 중 하나를 보고 월간지 기자가 연락해 온 것이다.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은 작년 4월엔 글쓰기에 대한 의지가 뜨거웠다. 하지만 열정이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한동안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며 브런치를 소홀히 했고, 블로그에 100일 동안 글쓰기 미션을 하며 또 한 번 브런치를 소홀히 했었다. 최근에서야 다시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브런치 작가가 초기에 쓴 글들은 상대적으로 노출이 잘 되게 도와주는 시스템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집에서 티브이가 사라진 이유에 대한 글을 썼는데 조회수가 순식간에 5만을 넘은 일이 있었다. 이 글이 우연히(?) 월간지 기자의 눈에 띈듯하다.

기자님은 비움에 대한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고 하면서 티브이를 비움으로 눈에 휴식을 주는 컨셉으로 글을 다듬어 줄 수 있냐고 물었고 나는 그러겠다고 응답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미 써 놓은 글을 다듬는 일은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 데다 원고료까지 준다고 하니 솔깃했다. 글쓰기 대회에서 상장과 선물을 받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원고료를 받아보기는 처음이니까. 금액의 크기보다는 글쓰기로 원고료라는 걸 받아 보는 자체가 신기하고 기분 좋았다. 몇 년 전에도 다른 경로로 시를 청탁받은 일이 있었는데 당연히 원고료는 없었다. 내 글이 담긴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는 것에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이번 청탁을 통해 내 인생 첫 번째 원고료를 받게 된 것이다. 야호!


기자님이 요청한 날보다 하루 앞 서 정성껏 다듬은 글과 사진을 메일로 보냈다. 작가 소개 글도 간단하게 보내달라고 하셨는데 글 쓰기보다 그게 더 어려웠다. 책 한 권이라도 출간해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한 줄 이력을 위해 책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쓰면 이력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인듯하다.

샘터 10월호에 내 글이 실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게 될지 모르지만 내 글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가면서 글을 쓴다. 글쓰기를 통해 얻는 기쁨의 크기나 의미는 각각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 글쓰기는 내면을 다듬고 살리는 일이다. 글을 통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거나 누군가 감동을 받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추가로 얻어지는 혜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구독자도 별로 없고 글 실력도 투박한 내 브런치이지만 나를 담아내고 성장시키는 공간으로 잘 활용하려 한다. 가끔이나마 이렇듯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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