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몬드 /손평원

이렇게 행복해도 괜찮은걸까?

by 단아한 숲길



"꼭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정말 강추합니다. 감동적이고 스토리도 재미있어요.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참 좋아요."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아이들 책 읽어주기 모임에서 만난 어떤 분이 강력하게 추천하시는 바람에 호기심이 상승했다. 그런데 도서관에 갈 때마다 대출상태였다. 꾸준히 인기가 많은 책인 모양이다. 결국 서점에 가서 읽게 되었는데, 최고의 몰입감을 발휘하며 단숨에 읽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벌써 끝났는가 싶은 것처럼 순식간에 읽혀지는 책이다. 눈으로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뛰어난 구상에 감탄하게 된다. 인기 있는 책에는 이유가 있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는 일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평범하지 않은 소년들, 그래서 괴물이라 불리는 두 소년의 성장을 다룬 소설이다. 소년들이 쌓아가는 우정과 사건들에 몰입하게 되지만 내게 가장 긴 여운으로 남은 내용은 윤재 어머니와 할머니의 피격 사건이었다. 윤재의 열여섯번째 생일이자 크리스마스 이브 날 벌어진 끔찍한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윤재의 소중한 울타리였던 엄마와 할머니가 전혀 모르는 남자에게 습격을 당했고, 심지어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범인은 공원에 있는 많은 사람들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하필이면 윤재의 엄마가 대상이 된 것이었다. 누구보다 눈물겹게 살았던 사람인데, 오랜만에 행복해서 환하게 웃었던 것인데 그것이 사건의 빌미가 되었다.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내용이었다. 좀 극적인 설정이지만 실제로도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게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행복과 불행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존재하는 한 불행은 물론이요 행복 앞에서도 조심스러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타인의 행복을 불편해 하지는 않는다. 이미 행복한 사람은 타인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기뻐한다. 불행한 마음이 끼어들 틈이 없고 상대와 비교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타인의 행복을 보면서 힘들어한다. 심지어 고통스러워하기도한다. 마음의 허전한 빈 구석에 질투가 피어나고 자신의 처지와 자꾸 비교하기 때문이다.


극히 드물지만 윤재와 비슷한 경우가 실제로 있다고 한다. 사람이 기계처럼 웃어야 할 상황과 울어야 할 상황을 계산해서 반응해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하는 당연한 일조차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닌것을 보면서 우리 삶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 윤재처럼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 감정이 예민하고 눈물이 많아서 조금만 슬퍼도 우는 내가 싫어서 감정을 얼어붙게 만들었더니 아예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더 힘들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슬픔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것, 알고보니 꼭 필요한 것이었다. 지나치지 않게 조절하는 게 필요할 뿐.


아몬드는 청소년 소설인 동시에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다. 우리 안에 얼어붙은 공감을 녹여주는 책이다. 한번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문학적인 면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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