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완 지음
또한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어쩌면 그래서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 제목이 더없이 부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과 기관 구분 없이 펼친 장학사업, 학교 설립과 국가 헌납, 재정과 권력으로부터의 지역 독립언론을 위한 지원, 연극 및 문학 등 지역문화활동 지원,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진주시 태동 형평운동기념사업 지원, 가정폭력피해 여성 및 여성권익 신장 활동 지원, 지리산 환경보전 등 지역환경보전 활동 지원에 이르기까지 정치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김장하 선생의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졌음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수백억 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김장하 선생 본인은 어느 것 하나 기록도 하지 않았고, 또 누군가에게 본인의 활동을 알리지도 않았을뿐더러, 누군가가 알리려고 하는 것도 정색을 하며 극도로 꺼려했다는 점입니다.
즉, 지원은 하되 간섭은 일절 하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이런 점이 50여 년 이상 지속되면서도 변함없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고, 이 때문에 김장하 선생의 행적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에게 더 센세이셔널하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기자 출신인 저자가 지금껏 누군가를 취재하면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기억을 더듬어 얘기를 해주고 싶어 한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한 대목에서, 생불, 살아있는 예수 등의 표현이 왜 자연스럽게 회자되는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이제는 외지살이 보다 고향살이가 인생의 절반을 다시 넘기게 되었으나, 머리 굵은 시절의 외지 생활 20여 년은 이방인적 이질감을 아직까지는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게 하는 듯합니다.
한데, 업무상 읽게 되는 경남의 여러 지역언론 등의 영향 덕분인지 이제는 점점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확장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한편, 지역 또는 지방이라는 표현과 함께 요즘에는 '로컬'이라는 표현이 자주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외래어라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같은 의미라도 조금 다른 뉘앙스를 주는 것 같은데, 그간 지역 내지 지방이라는 표현이 '처한 현실' 내지 '악화하는 실상'과 같은 느낌을 준다면, 로컬은 '새로운 방향성' 내지 '개선 방안' 같은 의미를 나타낼 때 자주 언급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무튼 이런 로컬에 대한 제 시선이 이제는 로컬, 특히 제 고향이 속한 경남의 인물과 역사, 사회, 경제, 문화 등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장하 선생 이야기는 마음 한 귀퉁이를 새롭게 정립해 준 촉매제였던 것 같습니다.
'아픈 사람 상대로 돈을 벌었기에 그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 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된다, 돈도 이와 같다',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것이니,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죄송할 필요가 없다'...... 이 분의 철학과 말씀은 다시금 우리 사회에 선한 울림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분의 고향인 사천시와 활동 중심지였던 진주시는 저 역시도 어린 시절 외가가 있던 곳이라 자주 방문했던 곳입니다.
김장하 선생이 사천시에서 한약방을 처음 열었던 곳부터 진주시에서 터를 잡고 또 지원하고 활동했던 곳까지 그분의 행적을 기억을 더듬으면서 지리를 짚어가는 재미도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오래간만에 좋은 분을 담은 좋은 책이었습니다.
2023.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