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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러 Jul 29. 2021

책 이야기 22. 바다의 시간

# 자크 아탈리 지음


이 책의 저자 자크 아탈리를 알게 된 건 2006년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 대한 평전을 읽고서다.


프랑수아 미테랑은 2차 세계대전 후 좌파(사회당) 출신 프랑스 대통령으로서, 14년간 재임(1981~1995)한 인물이다.


자크 아탈리는 미테랑이 야당 당수이던 시절, 그의 경제 고문역을 맡으면서 보좌하기 시작했는데 집권 14년 동안에도 정부의 각종 정책을 기획하는 등 미테랑의 브레인으로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미테랑 사후 그를 추모하고자 그의 일생과 함께한 프랑스 현대사를 정리한 평전을 출간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드골, 희망의 기억'(자서전)과 함께 이 책 '미테랑 평전'을 접하면 전후 프랑스 현대사의 대강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평전 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07년에 출범한 우파 진영의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우리로 치자면 대통령 직속 장관급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게 됐는데, 이 때문에 좌파 진영의 적잖은 비난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유능한 엘리트 관료 출신이자 경제, 정치, 문화, 역사 등 다방면에 두각을 나타낸 석학으로서 그가 지닌 능력 때문에 좌우 가릴 것 없이 두루 물망에 오르고 또 등용된데 따른 결과이지 싶다.


※ 참고로 대통령 임기와 관련하여, 미테랑의 후임인 우파 진영의 자크 시라크 역시 재선 대통령인데, 다만 첫 번째 임기 중에 차기 대통령부터는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을 관철시켜 총 12년의 기간(7+5)으로 임기를 마쳤고, 그 이후부터 프랑스 대통령제는 5년 중임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 '바다의 시간'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자크 아탈리의 석학으로서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라는 소재를 중심에 놓고서, 우주의 형성과 지구의 탄생 그리고 인류의 출현 및 그 역사를 연대기 순으로 서술해 나가는데 이를 통해 지구와 인류의 운명에 있어서 바다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면서, 소위 바다와 관련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언을 개인, 기업, 미디어, 국가, 세계적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남긴다.


한편, 지구 나이만 놓고 보더라도 45억 년이라는 세월인데 우주 생성 시기인 130억 년 전에서부터 글이 시작되다 보니, 방대한 양을 다루기에는 300페이지라는 분량이 좀 모자란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제해권 장악이 곧 패권적 지위로 이어졌던 지정학적 역사, 바다라는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끊임없는 혁신과 발전, 오늘날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바다 그리고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환경론적 관점 등 인류 역사의 굵직한 주제들을 다양하게 섭렵하는 즐거움이 있어 이 책의 효용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책 초반부에는 빅뱅과 우주의 탄생, 가스 덩어리 형성 및 지구와 같은 행성의 출현 등 지구과학적 서술이 주를 이루는데, 저자도 언급했다시피 독서의 진척에 장애가 된다면 건너뛰어도 괜찮은 대목이기에 곧바로 3장이나 4장부터 읽기 시작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지구와 인류의 모든 게 바다로부터 시작되어, 바다에 의해서 진행되어 왔고, 또 바다로 인해 모든 게 끝날 수 있다고 말하는 건데, 바다에 대한 글이라고 해서 너무 그쪽으로만 몰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금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겠구나 싶었다.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현생 인류가 바다를 건너 여러 대륙으로 이동하여 강 하구의 바다 근처에서 문명을 일궈내고 나라를 건설하고 그러면서 바다 위에 놓인 패권을 다투었고, 비록 서구적 관점이긴 하나 바닷길을 통해 신대륙이 발견되고 또 동방무역이 진행됨에 따라 세계화가 본격 진행되었고, 그러는 사이 오늘날 태평양 등지의 거대한 쓰레기 섬 출현 및 산호초의 사멸 등 바다 오염에 따른 전 지구적 위기가 드러나고 있는 점.


결국 이 모든 게 정말로 바다에서 비롯되지 않은 게 없고, 바다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때로는 광범위한 연대기적 서술로 인해 내용이 성기다는 느낌이 간혹 들긴 했지만, 바다를 둘러싼 역사 및 다양한 환경과 여러 관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이 책의 매력이었다.


그래서일까?

타지 생활 후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고향 마산의 바다를 무시로 접하는 환경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다음은 '바다의 시간' 각 장의 제목과 인용문이다.


이 책은 각 장의 성격과 주제를 부각해주는 제목에 더해 그와 관련한 인용문들도 두루 나와 있어, 내용을 간명하게 이해하고 인식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 각 장의 제목과 인용문


책 도입부

"바다는 알려지지 않았다. 거의 저 너머의 세상만큼이나 아득할 뿐이다. 역사의 순서가 뒤집혔다면, 하늘의 자리를 차지했을 수도 있는 어떤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 카멜 다우드


1. 우주, 물, 생명 / 130억 년 전부터 7억 년 전까지

"바다는 자연의 광대한 저수지다. 이를테면 지구는 바다로 시작되었으니, 바다로 끝나지 않을지 어느 누가 알겠는가!"
- 쥘 베른, <해저 2만리>


2. 물과 땅: 해면에서 인간까지 / 7억 년 전부터 8만 5천 년 전까지

"장엄하고 웅대하고 당당한 바다는 완고한 제 소리를 낸다. 지독하고 가혹한 풍문은 기이한 화제들을 취한다. 어떤 무한자의 목소리가 당신 앞에서 들려온다. 인간의 삶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외젠 들라크루아


3. 인류 최초의 항해 / 6만 년 전에서 기원후 0년까지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산 사람, 죽은 사람, 그리고 바다로 다니는 사람."
- 아리스토텔레스


4. 노와 돛을 이용한 바다 정복 / 기원후 1세기부터 18세기까지

"바다를 통제하는 자는 무역을 지휘한다. 무역을 통제하는 자는 세상을 지휘한다."
 - 월터 롤리 경, 1595


5. 석탄과 석유로 정복된 바다 / 1800년부터 1945년까지

"지나가버린 그의 삶을 지켜볼 때면, 텅 빈 바다에서 이미 사라진 배의 흔적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든다."
 -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 <무덤 너머의 회상록>


6. '컨테이너' 혹은 바다의 세계화 / 1945년부터 2017년까지


7. 오늘날의 어업


8. 바다, 자유라는 이데올로기의 근원

"어떤 지방은 더 행복한 지도 위에 그려져 있다. 만과 항으로 더 잘 나뉘어 있고, 바다와 산으로 더 잘 막혀 있으며, 계곡과 하천이 더 잘 통과하고, 더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지방은 어떤 것이든 성취할 능력도 더 많다."
 - 미슐레, <보편 역사에 관한 서론>, 1850


9. 내일의 바다: 바다의 경제

"위대한 예술가인 바다는 죽이기 위해 죽이고, 그 부스러기들을 경멸하듯 바위에 토해낸다."
 - 쥘 르나르, <일기>, 1887~1892


10. 미래: 바다의 지정학


11. 미래: 바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바다는 바닷사람들에게 꿈을 가르치고 항구는 그 꿈을 죽여버린다."
 - 베르나르 지로도, <대지의 인간들>


12. 바다를 구하라

"두 번째 난파 사고에선 절대 바다를 탓하지 마라."
 - 푸블리우스 시루스, <명언집>



2021.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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