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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러 Jul 10. 2022

책 이야기 27.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지음


한 두 달 전인가? 여기 브런치에서 이 책과 이 책 저자인 황보름 작가와 관련된 이벤트가 계속 공지된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이 있어 어느 날 서점에 들렀다가 눈에 띈 '휴남동 서점'을 바로 집어 들었다.


휴남동 서점의 주인 영주, 휴남동 서점에서 커피 제조를 담당하는 민준, 휴남동 서점에 커피 원두를 공급하는 지미, 휴남동 서점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아가는 정서, 휴남동의 주민이자 휴남동 서점의 단골고객인 희주와 그의 아들 민철, 영주를 좋아하고 다가가는 작가 승우, 이외 일상에서 마주칠만한 여럿 인물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휴남동 서점을 중심으로 각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아픔과 상처 그리고 치유를 풀어내는 소설이다. 그 과정은 너무 깊지도, 그렇다고 얕지도 않으면서 그저 덤덤하면서도 담담하게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복, 특히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는 전개된다. 하지만 평범한 캐릭터에,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임에도 이 소설은 다음 이야기들에 대한 호기심이 계속 일었고,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생각들이 꽤 다가왔고 공감이 일었다. '휴남동 서점'이 많이 회자되는 이유이지 싶다.




소설의 내용과는 별개로,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책이 하나 있었다. 김소영 전 아나운서의 에세이, '진작 할 걸 그랬어'라는 책이다.


2018년 봄 무렵 보름 가량 지방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잠시 짬이 나던 차에 대형서점에 들렀다가 매대에 놓여 있는 이 에세이에 눈길이 끌려 내부 카페에 앉아 한달음에 읽었던 책이다. 아마도 에세이에 본격 관심을 갖게 된 게 이때부터지 싶다.


책과 독서에 대한 애정, 좋아하는 것과 자신의 행복을 위한 퇴사, 그리고 독립서점 등 세상의 다양한 서점들에 대한 소개와 생각들. 읽는 내내 약간의 충격이라면 충격이기도 했던 에세이였다. 내가 모르던 세상과 일상의 생각들을 새롭게 인식시켜 준 느낌이랄까. 당연히 출장 복귀 후 합정동에 있는 그 서점을 찾아가기도 했다. 다만, 하필 내부공사 중이라 바깥에서 구경만 하고 돌아서야 했던 아쉬움이... 아무튼 이 책의 내용처럼 일본이나 세계 각국의 서점만 따라가는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인식의 확장이 다양하게 일어난 기분이었다.


그런 강렬한 기억 때문일까? '휴남동 서점'을 읽는 막바지에는 나도 이런 책방을 한번 내볼까 하는 괜한 생각도 일었다 ㅎㅎㅎ




다시 '휴남동 서점'으로 돌아와서,


갑작스러운 번아웃과 퇴사, 이혼에 대한 죄책감, 도피처 같은 서점 개업 등 인생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영주, 계속되는 취업 실패를 감당하는 와중에 휴남동 서점에서 알바를 시작한 민준, 남편에 대한 애증이 쌓여만 가는 지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부조리를 몸소 체험한 정서, 고3 수험생 민철에 대한 걱정이 삶의 대부분인 듯한 희주, 그 무엇에도 관심 없고 심드렁한 희주 아들 민철, 휴남동 서점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를 계기로 영주를 좋아하고 영주가 새롭게 사랑을 할 수 있도록 한 승우.


이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의미 없고 사소할지 몰라도, 적정한 거리감 속에서 삶의 애환과 정을 나누면서 서로 간의 공감과 이해를 확장해나간다. 그렇게 하여, 느리지만 한 걸음이라도 진일보한 변화, 소소하지만 뜻깊은 행복, 그리고 무엇보다도 각자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삶에 대한 행복을 어떠한 방향으로 다시 설정하고 나아가는지를 소설은 하나하나 살뜰히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앞서도 언급했지만, 당장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또 관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두루두루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상의 면면이 현실감 있게 드러나면서도 그 대안은 그리 거창하지 않은, 결국 사람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연결하면서 자신만의 행복을 새롭게 추구해나간다는 점,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에 대다수 독서평이 그렇듯 나 역시도 참 따뜻하고 좋다는 감정으로 소설을 마칠 수 있었다.


이 책의 여운이 꽤 깊었던 듯싶다. 언젠간 나도 '어서 오세요, OOO 서점입니다' 같은 글 한번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그런 서점 개업이라도. 생각만으로도 유쾌한 상상이다 ㅎㅎㅎ



2022.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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