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톤 숄츠 지음
한 번쯤은 TV에서 봤음직한 사람이다.
은은한 백발과 금발이 성성한 푸른 눈의 독일인.
어느 주말, 일간지 북리뷰 섹션에서 이 독일인과 그의 책이 소개되어 호기심에 책을 집어 들었다.
또한 책 제목에 눈길이 끌려.
'이상한' 행복.
그것도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이다.
그에게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이상하게' 보였을까?
한국땅을 밟고, 한국에서 산 지가 어느덧 30년이 다 되어가는 저자.
그러는 동안 한국인과 결혼하여 자녀도 낳고, 또 일부러 수도 서울이 아닌 광주(전남)에서 자기 집을 지어가면서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안톤 숄츠.
그는 한 세대라는 시간을, 그것도 고향이 아닌 완전히 다른 환경의 나라에서 더 많은 인생을 살아온 소회를 이 책에 담아냈다.
물론 비판적이라면 꽤 비판적일 수 있는 색채로.
그것도 한국 자체에 대해서라기보다는 한국인 각각에 대한 다양한 시각으로.
피해자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사람, 한국적 정서라는 '한'과 '정'이 사실 세계 보편적 정서라고 꼬집는 점, SNS를 통한 과시적 행복에 대한 집착, 헬조선과 N포 세대로 자기 연민하는 청년세대 등.
이처럼 워라밸, 교육, 주택 등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주요 사회적 관심을 중심으로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추구를 철저히 '이방인적' 관점에서 보여준다.
책의 처음과 중간, 말미 곳곳에서 저자는 자신의 글이 한국인 독자에게 불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맞다. 솔직히 책의 중반부터는 슬슬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내용 그 자체보다는 지나칠 정도로 태어나고 자란 독일이라는 선진국을 확고한 준거에 두고서 한국을 바라보고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점에서 생긴 불편한 느낌은 어쩌지 못했다.
다만, 개인적 생각이 담긴 에세이라는 점과 또 20년 전 히딩크라는 이방인이 한국 축구에 선사한 뜻밖의 시각(기술은 좋은데 체력과 정신력이 저조하다는)과 충격을 돌이켜볼 때, 한국을 잘 아는 이방인적 시선을 다시금 곱씹어볼 필요도 있겠다 싶었다.
지방자치와 분권이 확립된 나라, 중앙에 예속되지 않고 지방특색을 살려가며 상생 발전하는 독일, 대학교육에 매몰되지 않고 기술과 산업현장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회, 베를린, 뮌헨, 프랑크푸르트, 볼프스부르크 등 정치, 경제, 기업의 도시가 곳곳에 산재한 나라 독일.
이런 독일을 놓고 보면 우리와는 굉장히 상반되는 환경이다.
때문에 'in 서울', '플라이 투 더 SKY', '영끌 주택마련', '워라밸' 등의 현상과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추구는 말 그대로 이상할뿐더러 30년의 시간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쇼킹할 것들이다. 물론 안톤 숄츠뿐이랴.
어쩌다 보니 독일과 한국을 비교하는 생각에 빠져버린 듯하다.
다시 돌아와서,
'행복'.
이 행복에 대하여 우리는 무수히 많은 조언을 구하고 듣고 또 생각한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행복을 추구한다.
다만, 그것이 이방인적 시선에선 이제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좀 더 자기 가치관을 갖고서, 좀 더 희망적 시선으로, 좀 더 길고 너른 태도로 나아가자고 얘기한다.
개인의 변화가 사회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처음 불편한 느낌을 가졌음에도,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안톤 숄츠 같은 시선이 보다 공유되고 확산된다면 어떨지.
그렇게 될 때 '한국인들의 좋은 행복'이 도래할지.
아무튼 갈수록 뽁짝뽁짝한 세상 속에서, 이렇게 내부를 잘 아는 외부적 시선도 새롭다.
적어도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점을 새롭게 보는 관점에 있어서도.
2022.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