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회사원

Chapter 1. 괜찮은 회사원(2)

by 퇴계원클라쓰

그렇게 마감을 마치고 며칠 뒤 바쁜 일이 끝나 조금은 한가해지는 시점에 후배 대리가 잠깐 면담을 요청해 왔다. 일도 센스 있게 하고 그럭저럭 아는 것도 많아 내심은 마음에 들어 하는 후배였는데, 아무래도 나이차이가 조금은 있어서인지 깊게 사담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갑작스러운 면담 요청은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하지만 그 후배의 연차라던가 지금의 상황 등을 생각해 봤을 때 이직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10분 정도 뒤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카페에서 보자 말을 건넸다.

아니다 다를까 최근에 헤드헌터를 통해 이직제안이 왔고, 지금 회사보다 규모도 크고 더 좋은 조건이어서 큰 부담 없이 반쯤은 경험 삼아 면접을 봤는데, 생각보다 좋은 분위기에 덜컥 합격을 해 고민이라는 얘기였다.


신입으로 입사하여 5년이 조금 넘은 대리 2년 차, 좋은 선배들한테 배운 것도 많고 팀 분위기도 좋을뿐더러, 대학 동기라던가 또래에 비해 연봉도 괜찮은 편이어서, 굳이 이직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굳이 이직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또 무엇일까 싶다는 거다.


리스크를 짊어질 만큼 절박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어찌 됐건 오르는 연봉등을 봤을 때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인데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 주된 포인트였다.

그렇게 혼자 고민하던 중 며칠 전 야근 후 동료들과 술 한잔 하면서 그 김에 동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 반응 서로 상반되었다는 거다.


본인보다 선임인 대리는 굳이 리스크를 지면서 이직을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고, 후배인 사원은 그래도 대기업에 연봉등의 조건이 좋아지는데 가지 않을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었다.

본인 같으면 고민 없이 바로 이직을 선택했을 거라는 막내의 말에 본인이 너무 소극적인가 싶기도 하고 그나마 가장 의지하는 선배인 과장한테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했지만 최근에 집안일로 정신이 없어 보여 그 마저도 망설여진 상황이었다.


내 경우에는 팀장을 제외한 팀의 가장 선배일뿐더러, (사실 잘 몰랐지만) 과장을 비롯한 후배들이 은연중에 나에 대한 의지를 많이 하는 모양이어서 한번 의견을 듣고 싶었단다.

그런 후배의 말에 내가 예전 꼰대 선배들 같은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은 마음이 뿌듯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근무시간에 얘기를 하기에는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오늘이라도 괜찮으면 끝나고 가볍게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얘기를 하자 말을 건넸다.


후배는 저녁에 별다른 약속이 없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길래, 나 또한 고민이 많았을 텐데 그래도 나한테 이런 고민을 먼저 털어놓아주어서 고맙단 말을 전해주었다.

그렇게 퇴근 후 유 부장은 오늘은 야구경기가 없는 월요일이라며 나에게 저녁이나 먹자 제안했지만, 적당히 둘러대고 회사 주변의 조용한 이자카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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