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괜찮은 회사원(3)
퇴근 전까지 어떤 말을 해줘야 되나 라는 생각이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100%로 이해할 수는 없기에, 3번의 이직을 하면서 느꼈던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회계팀 생활을 대략적으로 14년 정도 해왔는데, 첫 회사에서 6년, 두 번째, 세 번째 회사는 각각 3년, 그리고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마음에 다 맞는 완벽한 회사는 없다.라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지금도 취업시장은 점점 각박하다고는 하지만, 특히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는 대기업 공채라던가 중견기업에서 생 신입을 뽑는 기업이 점점 주는 상황이었고, 오죽하면 중고신입이라는 말이 그때 처음 나왔던 것처럼, 우선 중소기업이라도 입사한 후 1~2년 경력을 쌓고 대기업 신입으로 재도전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던 시기였기에, 한 참 고생하여 신입으로 입사한 첫 회사에 대한 내 마음가짐은 정말 남달랐었다.
면접에서도 회사일과 집안일 중에 무엇을 우선시하냐는 질문에 정말 마음속 깊이까지 회사가 우선이다라는 생각으로 대답했을 정도로 첫 회사에 대한 애정은 끝이 없었다. 다행히도 좋은 사수를 만나 깊이 있게 업무를 배울 수 있었고, 또한 같은 회계팀뿐만 아니라 경영지원팀 이라던가 관리팀 팀장 팀원들이 같이 뭉쳐서 하나의 팀처럼 일하는 분위기였기에 하루하루 출근하는 것이 즐거웠었다.
오죽하면 오히려 주말이 빨리 끝나서 월요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직장뿐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항상 즐거울 일만 존재할 수 없기에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사실 이름이 알려진 중견기업이긴 했지만 동종업계 자체가 연봉이 짠 편이었고, 특히 우리 회사는 정말 짜디짰다.
오죽하면 신입사원의 연봉이 매년 상승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매년 최저시급이 인상되어 적용해 보면 늘 신입사원의 연봉보다 높았기 때문이었을까. 그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신입사원의 연봉은 높아지는 반면 기존 직원들의 연봉인상폭이 그보다 못한 경우도 존재했기에 사원에서 진급을 해서 대리를 달아도 세후 연봉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 일을 배우고 머리가 굵어지면 다들 이직을 한 번씩 생각하게 되었고, 보통 3년 정도 다녔을 때 대리를 달게 되는데 그 시기에 정말 다른 회사 신입사원보다 못한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이직을 해야 되나 고민을 많이들 했다.
그래도 나는 아직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대리를 막 진급했을 때는 그런 생각이 덜 했었는데, 앞서 말했던 사수라던가 팀 선배들 심지어 팀장님까지도 이직을 하면서 어느새 돌아보니 이제 대리 1년 차인 내가 팀에서 가장 고참인 순간이 왔었다.
물론 내 위로 팀장도 새로 오고, 경력직 과장도 하나 새로 왔지만,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느라 그들이 당장 무언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는 어려웠고 회사의 상황, 분위기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일들이 나에게 쏟아졌다.
야근은 물론이고 이제 갓 대리를 나 같은 나부랭이한테 담당 임원이 직접 보고 받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무엇보다 답답했던 건 무슨 회의를 한다 하면 그 자리에 항상 내가 참여해야 하는 것이었다.
내용도 공유받지 못한 채 들어가서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나 싶은 순간부터, 아 그건 정대리가 답변드릴 겁니다. 무책임하게 넘기는 팀장을 보면서 도대체 팀장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며 매 순간 참을 인을 몇 번이고 새긴 채 업무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