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회사원

Chapter 1. 괜찮은 회사원(4)

by 퇴계원클라쓰

무엇보다 가는 날이 장날 이랬던가, 새로 이직해 온 사람들이 적응할 틈도 없이 하필이면 정기 세무조사 일정이 잡히게 되었다.

세무와 관련된 업무는 감사나 결산과 달리 나는 물론 팀원 전원이 무지했고, 그 중에서도 세무조사의 경우 과거 신고된 자료의 히스토리를 알아야 했기에, 더욱 쉽지않았다.

결국 회계 담당임원을 비롯한 경영진은 현재 인력으로는 자체적으로 원활한 세무조사는 힘들다고 판단하였고, 과거 몇 년 동안 회계감사를 하며 회사의 사정에 빠삭한 회계법인과 정식으로 세무대리인 계약을 맺어 세무조사에 대응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제출 목록 자료를 받아야지만 대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세무조사관->세무대리인->우리 팀으로 이어지는 요청자료를 받아 이 자료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이해도 하지 못한 채 회신하기 급급해하였고, 부족한 자료는 매일같이 야근을 하는 등 나름 적극적으로 세무조사에 임했었다.


그렇게 두 달간 진행된 세무조사를 마치고 어느 정도 팀이 안정화되면서 그럭저럭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었을 무렵 결국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그 얘기인 즉 세무조사를 무사히 마쳐 구성원 모두 고생했다는 소식과 함께 전원은 아니지만 각 팀에 성과급을 준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발표된 성과급대상자에서 내 이름이 빠져 있고, 새로 이직한 과장만이 유일한 대상자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이 회사에 대한 열정을 무시받은 것 같아 회의감을 느꼈었다. 명목상은 여유롭지 않은 회사 사정상 성과급은 팀에 1명을 지급하기로 했고, 나를 비롯한 기존 인원들보단 이직한 과장이 새로운 회사에 이직해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을 터인데 세무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성과급 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이 고생을 안 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직하고 몇 달 되지 않아 세무조사를 받았을뿐더러,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팀장은 정말 내가 봐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지 못한 채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져,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다음 직급인 과장에게 마음의 짐을 얹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장조차 회사에 관련하여 모르는 것 투성이에 의지할 대상은 나 밖에 없었고, 나는 기꺼이 그 사람의 의문점을 해결해 줌과 동시에 팀 안팎으로 업무를 해결해 나가곤 했다.

특히 세무조사 기간에는 과장과 내가 둘이 남아 자료를 만들었고, 그 표면적인 대응을 나보다 상급자인 과장이 나서서 했을 뿐, 대부분의 자료는 내가 만든 것이나 진배없었기에, 그 과장에 대한 분노라기보다는 이런 상황을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그저 팀별로 1명씩을 선정했다며 나의 공로를 무시한 회사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타 팀의 경우 세무조사에 정말 눈곱만큼이나 관여했을까? 거의 늘 하던 일상업무만 진행했어도 팀별로 1명은 선정되었기에 내가 봤을 때는 저런 사람도 받는데 내가 성과급을 못 받나? 하는 사람이 수두룩했고, 사실 이런 불만을 술자리에서 털어놓아봐야 내 수준만 떨어진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아 이게 그동안 사람들이 실망하고 나간 이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처음으로 이직을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직을 하려고 보니 예전 신입으로 지원할 때 고생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구관이 명관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망설여져 미루길 1년이 지났지만, 팀장을 비롯한 회사의 태도는 결국 변함이 없었고,

앞 서 이직한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헤드헌터를 통해 경력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을 들어가기 전만 해도 ‘나 정도면 아주 훌륭한 자원이지 모시고 가도 모자를 판국에’라고 시건방진 생각을 했었으나, 예상과 달리 상황은 쉽지 않았다.

신입때와는 다르게 훈훈한 분위기로 처음 몇 차례 질문은 쉽게 대답하였으나, 아무래도 경력 면접이다 보니 업무와 관련된 디테일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늘 하던 업무임에도 생각과 달리 답변이 쉽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내가 무슨말을 하고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횡설수설 하게 되었고, 결국 불합격통보를 받게 되었다.


한 차례의 면접을 통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꼈고, 신입때 하던 업무부터 당연하게 여겼던 엑셀 파일 하나하나 다시 뜯어보며 업무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당연히 안다고 넘어갔던 많은 부분들이 사실은 겉만 훑고 넘어가며 안다고 착각했던 경우가 많아, 이런것들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후에 진행됐던 면접을 합격하여 그렇게 첫 이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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