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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Dec 12. 2015

떠나가면서 내려놓고  돌아오면서 가져오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생각만 해도 힘이 나는 걸 말해보라고 하니 친구는 캐리어라고 답한다.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할 때, 가고 싶을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할 때 기운이 솟아난다고 한다. 그 설렘이 주는 용기인지, 무엇인가를 바랐던 마음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움직이기 시작할 때 힘이 난다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여행을 하고 또 누군가는 떠났다. 보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휴대폰을 잃어버리면 불안한 것처럼 늘 손에 잡히던 것이 떠났을 때의 공허함은 참 크게 다가온다. 그래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야 하고 감당해내야 한다. 떠나갔는데 하루 종일 연락을 기다리고 잡으려고 한다면 그건 참 미련하기 때문이다. 보낼 수 있어야 다른 것을 잡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캐리어에 무엇이든지 넣고 떠났으면 한다. 옷이든, 미련이든, 잡생각이든 처음에는 안고 있다가 여행하는 도중에 그것들을 기분 좋게 놔두고 왔으면 좋겠다. 그럴수록 홀가분해지는 가방과 집착 없는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으면 한다. 올해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올해의 아픔도 같이 보냈으면 한다. 텅 빈 마음으로 맑은 새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더 좋은 행복으로, 사람으로, 마음으로 채울 준비를 해야지. 거추장스러운 것들에 집착하지 말아야지.

비우고 쓸어내리고 닦아내고 새롭고 따뜻하고 편안한 것들을 넣어야지. 어떤 것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도 또한 달라진다. 마음이 편안하면 좋은 기운이 몸에 돌게 되고 그러면 혈색도 마음처럼 편안해진다. 마음 하나 바꾸면 세상이 바뀌듯 담고 있는 생각과 가치, 집착과 미련 무엇이든지  한번쯤은 바꿔줘야 한다. 하루가 새로워지고 신선해지게 되면 행복이라는 두 글자의 의미를 깊게 새길 수 있게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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