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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Dec 24. 2015

꼭 새해부터가 아니었으면 해

매일 매일 떠오른다는 것을 잊지 않기




평소라면 잠들었던 시간.

새벽부터 눈이 떠져서 잠이 오지 않아.

바람도 쐐고 산책도 할 겸 동네 뒷산을 가볍게 올라가 본다. 해가 떠오르기 전 하늘은 말도 못할 만큼 아름답다.


연말이 다가오기도 하고 새해가 다가오기도 하며

망년회든, 신년회든 사람들은 마무리와 시작을 준비한다.

새해에만 해가 밝아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에 붉은 해는 떠오르는 것을 알고 있는데 다만 우리가 못 보는 것이 아닐까.

못 본 척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꼭 새해부터가 아니었으면 한다.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도전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면 내일부터 아니 오늘부터 새로운 다짐을 실천했으면 좋겠어.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 꼭 잡았으면 좋겠어.

그럼 왠지 내일보다 오늘이 더 행복할 것 같아.


오늘 하루 집을 나가기 전, 나에게 "잘 다녀와"라고 이야기하고 싶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잘 다녀왔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샤워를 하며 몸을 씻듯, 오늘 하루 남을 미워했던 마음도, 욕심 때문에 성질냈던 심장도 가끔은 찬물에 시원하게 씻어냈으면 좋겠다. 결국 그러한 것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먼지를 묻히고 있는 것과도 같으니까.

누군가가 나의 하루를 이렇게 이렇게 하고 밥은 저렇게 먹고 일은 이렇게 하고 딱 틀을 정해주면 행복한 걸까. 매일, 매일이 반복되는 시간들이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깬 덕분에 나는 평소와 다른 하루를 시작했다. 산에서 맞이한 하늘과 일출을 무엇인가 몽글몽글 피어나게 했다.


특별했고, 새로웠고, 따뜻했다.

매일 아침에 뜨는 해지만, 해가 뜨기 전에 어둠에서 환하게 밝아오는 모습을 보면 나도 맑아지고 밝아지는 좋은 기운이 나에게로 흡수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망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고요하고 편안했다.


하루를 조금 특별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나를 조금 더 안아줬으면 좋겠다. 긴장하고 말고 촉박하게 쫓기지 말아야지. 자기 안의 여유를 가져야지. 너무 틀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해.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데로 생각하게 된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데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다. 과연 나는 내 생각대로 살고 있는가를 돌아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하루를 돌아보면서, 또 하루를 시작하면서 돌아보는 것은 중요하다.

뒤를 돌아보는 것은 중요하지만 또한 거기에 너무 붙잡혀 있으면  안 된다.

걸아가야 할 길은 앞이고 뒤를 계속 돌아보면 결국 앞을 못 봐 넘어지게 될 것이다.


실패와 실패가 만나면 보통 두 가지를 생긴다.

포기하는 법을 배우거나,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우거나. 오늘 실패했다면 내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작은 뒷산이지만 산에서 올라왔을 때 마을은 작게 보이고 시야는 넓어진다.

눈높이의 차이는 다른 세상을 보게 한다. 위에서 아래를 보는 것도, 아래에서 위를 보는 것도 시선의 차이다.

그 시선을 보고 있는 사람은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는 착각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보고 있던 것만, 했던 일들만 하게 되면 어쩌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루지 말자. 사랑도, 떠나보내는 일도, 짐을 싸는 것도.

아침의 일출을 보며 떠오르는 태양에게 배워라. 뜨거운 열정을 배우고 광활하게 밝은 빛을 느껴. 너라고 해서 태양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마음속에 태양을 품으면 언제나 밝아진다. 그 태양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투에 나타나고, 성격에 드러난다.

그럼 주위에서도 "아 저 사람 태양같은 사람이야" 라고 느낄 것이다.


태양은 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어두운 곳을 다시 밝게 해준다.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다.

태양은 그 자리를 잠시 달에 양보한다. 달에게는 달에 의미가 있고, 당신에게는 당신의 의미가 있어.

그리움은 그저 달에게 맡기고, 당신은 그저 달빛을 안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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