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 대하여
365번의 해가 뜨고 달이 떴었다.
낮에서 밤으로 바뀌고 밤에서 또 새벽에서 낮으로 그렇게 하루를 흘러갔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우리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변하기에 그것에 대해 규칙을 만들고 규정을 만들어서 관리하기 위해 우리는 시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정하고, 한 달을 정하고, 일 년을 정한다.
하루 동안에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냥 무심히 지나쳐가는 사람도 많고, 이름도 얼굴도 한 번만 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우연히 또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을 알 수도 없고, 지키기도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에 일어난 사건을 기억한다는 이야기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무엇인가 새로운 순간을 접하게 되면 그것들은 새로운 경험과 기억으로 내 머리 속에 조금 더 오래 남아 있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추억을 이야기할 때 "왜, 그때 있잖아 우리 맛있는 거 먹었던 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한 사람과의 만남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이다. 그 사건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일 주었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피천득, <인연> 中에서
인연이라는 말은 나는 참 좋아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또는 물건들과 맺어지는 가느다란 선 같은 것.
어떠한 만남 일지 모르지만 인연이라는 말은 꽤나 묵직하게 다가온다.
나를 휘청거리게 만들 수도 있고,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를 돌아보며 나는 얼마나 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몰라봤으며,
또한 얼마나 많은 인연들을 알고서도 놓쳤을까.
어떤 인연들의 불씨를 살려냈을까.
억지로 붙잡으려고 해도 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우연이 반복되어 지속적인 연이 되는 사람도 있다.
올 한 해 동안 누군가를 나를 스쳐 지나갔는지는 전부 다 알 수는 없다. 허무하게 보낸 하루들과 시간들도 말도 못할 만큼 많을 듯하다.
하루도, 사람도, 나도 마찬가지. 얼마나 소중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의미는 달라진다.
지나간 것은 이미 간 것이다. 앞으로 또 다가올 것들이 있기 때문에 괜찮다. 앞으로의 것들을 소중히 다루자.
몰라보고 놓쳐서 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미련과 고마움의 사이.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모든 추억은 기억이 될 수 있지만, 모든 기억이 다 추억이 될 수는 없다.
기억과 추억 사이.
아련하고 슬픈 기억보다는 행복하고 유쾌했던 추억이 더 많길 바랄 뿐이다.
항상 다 좋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명백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조금만 더 좋고 싶은 것을 욕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고, 특별했던 일도, 소홀했던 일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슬픈 일도 많았고, 행복했던 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기억을 조금 더 오래 남기고 싶은 마음에 올 한 해 동안 내가 이뤘던 목표들과, 행복했던 순간들을 노트에 써 내려가 본다.
잊지 말자. 행복했던 순간.
보내 주자. 아파했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