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덕호 Jan 18. 2016

믿음의 무게

가볍지 않아


우리의 삶에 있어서 믿음이  차지하는 부분은 상당하다. 나는 닭을 믿고 있다. 언제나 그는 맛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양을 믿고 있다. 그는 또 언제나 뜨겁기 때문이다. 내 삶에는 내가 당연하고 자연스레 믿게 되는 것들이 많다. 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열정적인지, 매력적인지 알고 있다.


믿음에는 무게가 있다.

믿음이 커질수록, 무게 또한 만만치 않다.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는 믿음은 무게에 따라 다르겠지만 쓰러지는 것을 다시 세우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 끊임없는 불안과 의심을 가지게 된다. 이것들은 내 시간을 매우 불안하게 하고 신경 쓰이게 만든다. 그리고 딱히 감정을 주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 그건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일까.


또 진실한 것에는 감동이 있다. 정직하고 깨끗하며 청아한 진실. 그것은 참 외롭고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큰 감동과 동행한다. 신뢰가 가는 사람은 듬직하다. 탄탄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안심하다가 한 순간에 믿음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위태롭고 어려운 일이다. 상대에게 나에 대한 믿음을 주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녀석과 함께 목욕탕을 갔다가 바나나 우유 한잔 마신다. 이 친구에 대한 믿음은 크다. 서로에게 신뢰가 있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렇게 오랜 시절 함께했던 인연은 우리의 속사정도 많이 알고 있다. 시간이 꼭 관계의 감정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은 언제나 공평하게 기회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수록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점점 진실로 오고 가고 한다면 그 관계는  더욱더 투터워진다.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설사 무너진다고 해도 함께 높은 탑을 쌓아봤다면 함께 다시 세울 수 있다. 단, 그 속에 가짜 재료와 거짓이 포함되어 있어서는 안된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믿음의 무게를 내가 쉽게 내팽개치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나에게 믿음을 준 그 사람을 마구 흔들어버리는 일이기에, 결국은 상처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믿음을 상처로 갚아서는 안 되는 일이다.
믿음을 너무 쉽게 져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거야. 중심을 잡고 잘 지켜줬으면 좋겠어. 우리의 관계는 가벼움이 아닌 것이니까. 꽤나 묵직했으면 하니까. 그러나 부담스럽고 버거워하지는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떨쳐내면 않았으며 해. 겁을 먹거나,  두려워할 필요도 없으니까.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은 사람을 믿기가 힘들지. 그런데 나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또 내가 어떻게 믿음을 줄 수 있겠어. 결국 사람은 자신을 믿는 사람을 믿을 수 있는 거야. 그러니까 믿음을 잃어버리지 마. 자신 속에 계속해서 감추지 말고 진실로서 상대에게 전달해야 해. 그  전달된 마음은 따뜻한 햇살이 되거나 시원한 바람이 되어서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우리 서로 의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자.


속은 알 수 없다고 해서 겉은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깨서는 더더욱 안 되는 일이고, 무난하고 무던하게 차곡차곡 쌓아가는 거야. 급할 필요도 없고, 너무 급하게 빠져서도 안 되는 거야.

스스로를 믿을 수 있고, 그 믿음의 무게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거야. 중심이 없으면 갈팡질팡 헷갈리게 되어있어. 그게 제일 필요한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그럴 때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