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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Sep 04. 2021

카페에서 글을 쓰는 이유

카페 안,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과 갓 구운 빵 냄새가 우울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준다.

그 와중에 오가는 사람들과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들은 작업의 집중도를 더 높여준다.

누군가는 소음 하나 없는 아주 조용한 곳을 원하지만 나의 경우 이런 일상적인 소음들이 집중도를 더 높여준다.


사람들의 만남, 쉴 새 없이 주고받는 이야기들에 지칠 때쯤 백색소음이 적당히 있는 그런 공간에서 책을 펼치거나, 노트북을 켜놓고 글을 쓰거나, 조용히 창밖 풍경을 통해 낯선 이들의 지나침을 바라보거나, 진한 커피 향 가득한 아메리카노 한잔에 그림 감상하듯 멍하니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볼 때, 그때 좋다.

 

 움직이는 세상 속에 나만 멈춰있는 듯한 그런 여유로움 속에 세상과 나를 공간의 이음으로 연결한 후 따스함이 느껴질 때쯤 절전모드, 까만 화면의 컴퓨터를 다시 켠다.



 

커피 한 목음에 자판을 바라보며 손을 얹는다.

무엇을 쓸지, 무엇을 써야 할지 정해 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인연에 따라 자판을 누르며 한 자, 한 자, 글을 써 내려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글 속에 내가 보이고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나의 기분은 '맑음, 흐림, 행복...' 모든 것들이 글 속에 묻어나 있다. 

   

예전엔 이런 글들이 의미 없는 부끄러움이라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이런 글들이 있어 내가 살아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들여다 보고 생각하고 사라질 순간들과 마음속 이야기를 써 내려가다 보면 또 어느 순간 미쳐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이 화면을 통해 적혀 내게 이야기를 해오기도 한다.

 



나와의 대화가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나도,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내 마음이라 생각했었는데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와의 대화 : 마음의 소리

마음이 질문을 한다. 마음이 다가와 이야기를 건넨다. 그런  마음에 답을 구하고 또 답 없이 그냥 듣기도 해 본다. '그래,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너의 마음은 그랬었구나...' 귀 기울여 듣고는 그 안에 있을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마음이 복잡하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힘겨워질 때면 우린 누구나 우울감이나 짜증으로 온몸을 감싸게 된다. 무언가 잘해 보고 싶었을 때도, 나의 게으름이나 부족함이나 모자람이 느껴질 때도, 그냥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할 때도 우울감이나 짜증은 밀려온다. 그 모든 상황에 우리가 진심을 다하고 마음을 다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 우울감과 짜증은 나에 대한 실망일 수도 있고 기대일 수도 있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 기대치에 차지 않아서... 정말 잘해보려고 노력했거나 잘해 보고 싶은데 허무하게 시간을 버린 자신이 한심해서, 해야 되는 걸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태한 자신을 발견하거나 반대로 너무 열심히 했는데 남은 게 없어서, 스스로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에너지를 다 사용한 것도 모자라 비상용 에너지까지 모두 끌어다가 사용해 버린 느낌...


결국, 우린 너무 열심히 잘 살려만 했기 때문에 지친 마음이 그만 좀 괴롭히라고 보내는 신호였을 지도 모른다. 에너지는 100% 다 쓰라고 있는 게 아닌데, 그렇다고 과하게 충전해서도 안되는데... 중간 없이 끝과 끝만 오가며 살아온 인생 같다. 100% 채워지면 적당히 써 주고 20%쯤 남았으면 충전도 해주며 살아가야 했다. 100% 완벽한 인생도, 0% 나락인 인생도 없듯이 스스로가 스스로의 에너지를 들여다보며 채워주고 빼주며 살았어야 했다. 핸드폰 들여다보듯, 충전하듯, 딱 핸드폰 대하듯만 우리도 신경 쓰고 관리하고 들여다보면 얼마나 좋을까?


SNS '좋아요, '를 눌러 주듯 우리 마음에도 '좋아요'를 눌러 주고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에 댓글도 달아 주며 돌보다 보면 우울감도 짜증도 사라지지 않을까? 그렇게 들여다보면 스스로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올지도 모른다. 핸드폰 속 세상에서 어느 날 좋은 정보를 얻어 스크랩하듯 내게 맞는 건강한 위로 방법이 ''하고 튀어나와 스크랩하고, 따라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우울한 녀석과 짜증이라는 친구들과 싸우려 하지 말고 서로 한 공간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싸우려 하면 할수록 쫓아 내려하면 할수록 심술궂은 그 녀석들은 절대 나가지 않을 거다. 그러니 그냥 '넌 우울이고 넌 짜증이구나.' 받아들이고 이 녀석들에게 에너지 뿜 뿜, 넘치는 긍정이라는 녀석도 소개해 자.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적당히 버려줘야 하는 긍정이라는 녀석이 다가가 우울이고, 짜증이고 지쳐 쓰러져 잠들게 말이다. 그러려면 이 우울이라는 녀석과 짜증이라는 녀석에게 '니들은 뭐가 제일 좋아? 뭐가 그리 좋아서 나온 거야?' 하고 물어야 된다. 그걸 알게 된다면 너무 재미없어 지루해서 다신 나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심호흡을 크게 세 번 하고 살살 달래서 차분히 대화를 이끈 다음 정보를 얻어 그 자리에 긍정도 넣고, 희망도 넣고, 쉼도 넣고, 흘러버림도 넣고 수많은 친구들을 다 초대해 만나게 해주는 거다. 그렇게 감정이라는 방이 지루한 나머지 스스로가 떠나가게 말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감정에 이유 없음도 이유라고...

그것도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틀린 말일 수도 있다. 흔히들 우린, 굳이 설명하기 싫을 때 '그냥'이라거나 '이유 같은 건 없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복잡한 마음을 말로 다 설명할 수도 없고 또 말로 설명하기 싫은 뿐이지 아주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마음과 내 기분이 그 이유를 알고 있을 수 있다.]


이유를 대면서 이어가야만 하는 불편한 대화나 평가, 시선들... 이런 것들이 싫고, 말을 해도 계속 반복되었던 어떤 상황들에 있어 이유를 찾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하나의 기준으로, 경험으로 딱 잘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것도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기 때문에 이유 있음에도 이유 없음으로 답하는 게 아닐까? 그 사람을 온전히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독백처럼 혼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것 때문일 수도 있다.


가끔 소심한 사람들이나 타인과의 대화 불편해하는 사람들에 글쓰기를 추천하면, 글쓰기를 통해 삶이 질이 달라졌다고들 말하기도 한다. 그 시간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마음이 떠드는 이야기로 글을 쓰고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감정이 조절되거나 차분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는 거다. 가끔 마음을 글로 쓰면서 쌓아 놓았던 눈물을 폭풍처럼 쏟아 내기도 하고, 이유 없이 치고 나왔던 수많은 감정들의 이유를 알게 되기도 한다.


 글쓰기를 통해 내가 아닌 제삼자가 되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나의 이야기면 세상의 기준보다 엄한 잣대로 나를 꽁꽁 싸매게 되지만 남의 이야기가 된다면 우린 조금 더 너그러워지며 '그럴 수도 있어, 그래도 돼, 그럼 좀 어때?'라며 나에게 들이밀었던 강한 도덕성, 인성, 배려 등등을 강요하지 않게 된다. 바로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이와 같다. 카페를 작업실 삼아 써 내려간 글들이 무엇이든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도, 분명 내일의 나와는 달라져 있을 거다. 내게 있어 글을 쓴다는 건 보여주기 위함 보단 그렇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 오늘 내가 카페에 앉아 글을 쓰는 이유인 것이다.


온 공간을 갓 구운 빵 냄새와 커피 향으로  따스히 감싸 안은 카페라는 곳, 그 공간에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어느 이의 노랫말들이 마음 한구석을 '톡' 건드리곤 말을 건네니, 오늘은 어떤 대화를 이끌어 나가게 될지, 무엇을 쓰게 만들지 기대되는 하루이다.

이 시간마저 없었다면... 나는,
이런 삶을 어떻게 버텨나갈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커피 선물을 보내 준 언니가 너무 고맙다. 혼자 외로운 곳에서 울지 말고. 아파하지 말라며 못난 동생 마음까지 챙긴다. 지도 아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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