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브런치 초보 작가이다. 사실 작가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그런 사람이지만 '브런치'라는 공간에서는 모두가 작가라 호칭하는 것 같아 묻어가는 겸 그렇게 칭하고 있다. 솔직히 타인에게 '작가...'이렇게 불리는 것도, 스스로 그렇게 부르는 것도 아직까진 영 어색하고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 계정이긴 하나 모두 합해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어쩌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어쩌다 '브런치'를 알게 됐고, 어쩌다 작가 신청을 했는데, 어쩌다 글쓰기가 허락돼, 작가라 불리는 사람,
솔직히 브런치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건지, 그냥 이렇게 소소한 글들을 써도 되는 건지... 가끔 누군가가 이곳에 들어와 글을 읽고 갈 때면 심장이 두근두근, 여전히 창피한 것도 사실이다. 관련 전공을 했거나, 관련 직업에 대한 경험이 있거나, 뭐 뛰어난 능력이 있어 인정을 받았거나 하지도 않았으니 왜 아니겠나. [맞춤법 검사를 하면, 띄어쓰기 오류, 온통 빨간 줄이다.]
그래서 그런지 구독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게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다.이 공간이 아직 익숙하지 않고,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어떤 글들을 올려야 되는 건 지, 글에 제한은 있는지, 없는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끔은 그냥 일기처럼 끄적이기도 했다가, 가끔은 짧은 생각을 쓰기도 했다가, 또 가끔은 그냥 무슨 소리 인지도 모를 감정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누군가 다녀가 이런 사람이 어떻게 글을 쓰고 있냐는 둥, 부끄럽다는 둥, 이런 글을 왜 쓰냐는 둥, 평가를 하기 시작한다면 아마 브런치에, 두 번 다신 글을 쓰지 못할 것이다. [가끔, 글 속에 '아직까지 구독자가 없어 다행이다'라고 썼던 것도, 남들 평가에 신경 쓰지 말고, 겁먹지 말고 너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혼잣말하듯 남긴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저 밝게 표현하려 애쓴 것뿐이지 사실 많이 부끄럽고 걱정도 됐다.]
브런치가 기존 작가들만의 공간인지, 아니면 소통의 공간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브런치에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사실이고, 뛰어난 작가님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처럼 뭣도 모르고 작가 신청을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책을 내기 위한 작가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독자들만을 위한 공간도 아니고, 그냥 소소한 일상도 끄적임도 소통이 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다.
어느 누군가 단 몇 줄의 혼잣말로 끄적여 놓은 글에서 오늘을 살아온 사람들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고, 어느 누군가 자신의 살아온 경험을 주저리, 주저리 적어 놓은 글에서도 '나와 다른 삶을 살아왔구나, 그런 삶도 있구나. 그랬구나'하며 타인의 경험에 반성도 해봤고, 어색하지만 자신의 아픔을 적어 내려 간 글 속에서 위로의 마음도 느껴졌다. [작가님들이 `난 이렇게 살아서 이렇게 힘들고 아팠으니 구독자님들은 다르게 사셨으면 좋겠어요`,라고 굳이 말하지 않았어도 그 글 속에서 수만 가지의 감정들을 느꼈고 나의 삶도 들여다보며 생각이라는 걸 해보기도 했다.] 어색하지만 혼잣말도 해 봤다가, 남들 보기엔 형편없는 자신의 삶을 정리 없이 써내려도 갔다, 주제 없이 방황도 했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며 방법을 찾아 나가기도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들여다보면 초기 '발행'했던 글들에 비해 점점 다듬어지고 정리가 된 작가님들의 글들도 많이 본 것 같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낯선 환경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다.브런치라고 다를까? 더구나 등단을 하고 전문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그 처음은 그들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 다듬어지고 찾아가는 과정도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모두가 다 처음부터 방법을 알았고, 처음부터 자리를 잡아 멋진 글을 썼던 건 아니지 않나? 만약, 브런치가 그런 전문적인 지식인과 경험자들, 전공자들만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작가 신청' 같은 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또 만약, 브런치가 그런 공간이었다면 브런치에서 나 같은 사람의 글을 읽고, 작가 신청을 받아 주는 일도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책을 낸 작가도 아닌 공간을 이어가는 초보 작가들에게 상처는주지 않았으면한다.
글이란 걸 써 본 적도 없고, 책이라는 걸 내본 적도 없고, 그저 평범하게 주부로 살다, 노동자로 살다 이제 막 브런치 세상에 들어와 방황하며 혼잣말하듯, 일기를 쓰듯, 정리 안된 자신의 삶을 감정적으로 써내려 갈 수도 있다. 그것이 브런치에서 문제가 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 온 이들에게 '이젠 넌 작가야'하며 글도 작가답게 써야 한다고, 구독자들도 생각하라며 정답이 있는 듯 '잘했다, 못했다, 형편없는 글이다.' 평가하며 상처를 주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다른 글을 찾아 읽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 형편없게 느껴지는 글을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고,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 다들, 타인의 공간도 들여다보며, 자신의 공간도 들여다보며 차차 알아가고 배워가며 익숙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들여다보다 '정말 여기는 내가 있어야 할 공간이 아니구나', 느낀다면 누군가는 떠날 것이고, 어느 누군가는 남아 있지않겠냐는 거다.
[모두가 책을 낸 것도 아니고, 책을 내기 위해 가입해서 쓰는 글도 아니고,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활동하는 선배 작가님들이평가보단, 초보 작가님들에게 토닥토닥 응원도 해주며 함께 살아가는 작은 사회처럼 따뜻하게 받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글
성별도, 연령도, 직업도, 지식도 브런치 세상에서 나누는 공간은 높고 낮음 없이 따뜻하게 나누는 공간이 었으면 한다. [또, 그런 줄만 알고 들어왔고, 그런 줄만 알고 작가 신청을 한 것이니] 당장은 이 글이 에세이인지, 혼잣말인지, 일기인지, 수다인지... [근데, 그런 글이 에세이, 수필 아닌가?]어느 브런치비평가 입장에선엉터리처럼 보이고 부족한 게 많아 보일지라도, 누가 알까? 그 초보 작가의 수다든, 일기든, 그런 글이 출간되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지.
아직은 그저 이런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며 지낸다는 것 자체가 설렘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 자리를 못 잡을 수도 있다. 늘 해오던 게 아니라면, 초보 작가들에게 글을 쓰는 것도, 글을 읽어주는 것도, 작가라 불리는 것도 모두 처음이니까.
무료 글, 구독, 나눔은 선택, 가져갈 건지, 지나 칠 건지
어색하게 혼잣말을 끄적이고, 일기를 쓰고, 주저리주저리 사연을 쓰고, 점을 찍고 간다 해도, 그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댓글'을 다는 것도, '구독'이라는 걸 하는 것도, 모두'구독자'의 몫,본인 기준에 맞지 않고 공감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테고,
출간된 책들조차 모두가 완벽하다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그냥 브런치에 쓴 작가의 공간 '혼잣말, 일기, 끄적임, 알 수 없는 감정선의 기록, 다듬어지지 않은 어색한 기록, 살아온 삶의 기록'에 대한 평가는 이제 막 시작하는 작가님들에게 상처만 남긴 체 브런치와 작별을 하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다. [굳이평가를 하고 싶다면, 출간 작품이나 돈을 주고 구독이라는 걸 해야 하는 그런? '작가라면서 혼잣말을 하고 있다. 일기를 쓰고 있다, 그건 에세이가 아니다'라며 브런치 초보 작가들의 글을 골라 비평을 할 게 아닌, 판매되고 있는 공적인 것들에 대해 했으면 좋겠다.]
아직은 어색한 초보 작가들
그들도 구독자가 늘고 소통의 시간들이 길어지면 거기에 맞게 달라질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스치듯 왔다 갔다 하는 곳에서 서로가 서로의 대판 평가가 아닌 나눔과 삶의 공유, 생각의 공유인 공간이 되었음 하지 초보 작가에 대한 평가를 하며 한심하다는 소리를 하는 공간이 브런치가 아니었으면 좋겠고 브런치 작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런 공간이라면, 나는 당장 이 공간을 접고 떠나야 한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 느껴지면, 평가하던 어느 출간 브런치 작가님보다 평가당한 소심한 초보 작가가 먼저 그 능력치를 알게 될 것이고, [굳이 그렇게 평가 글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속상해하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