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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Jan 17. 2018

기획의 단 맛을 보게 되었다

그땐 몰랐지. 이게 기획인지 뭔지.

< 제목 - 중독 >

(참고 - 사진으로 만든 원안을 그림으로 재구성했습니다.)



1년 9개월의 지루한 시간도 끝이 났다. 때는 2013년 여름이었고 헛되이 보낸 시간만큼 하루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막 '사회'에 적응해가던 나에게 이상한 현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것이었다. 마주한 사람으로선 '앞에 있는 나를 두고' 다른 사람과 카톡을 한다는 게 참 기분 나빴다.



그럴 거면 집에서 편하게 스마트폰 해.



매번 속으로만 하던 얘기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얼른 H를 불러 '이러이러한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제안을 했고, 몇 번 아이디어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밑그림이 그려졌다. 우린 무작정 DSLR과 삼각대를 들고 시내에서 가장 널찍한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고르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따금 점원들이 쳐다볼 때 얼굴이 화끈거리긴 했지만 괜찮았다. (청춘이니까.)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드는 게 이렇게 재밌을 줄은...



적어도 스물셋 내 삶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심지어 돈도 안 되는 걸) 재밌다고 자발적으로 해보는 게. 나에겐 정말 큰 의미인, 이 노력의 산물을 어딘가에 어필하고 싶었다. 블로그를 개설해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엔 '친구들한테 한 번씩 들어와 보라고' 하는 것 외에 별 스킬이 없던지라 방문자가 없었다.



세상이 별 것 없다 말하니 반발심이 생기더라.



우리가 만든 것에 대한 애정과 사람들의 무관심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나르시시즘의 과잉인지 '그냥 블로거'는 되기 싫었다. (가만히 있던 블로거를 비하해서 죄송합니다. 철없던 시절의 오만이었습니다.) 무관심에 대한 반발심은 '판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올리는 플랫폼을 만들자.'라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Wix를 만났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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