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훈 Dec 13. 2017

하루 일곱 시간씩 멍을 때리다 보니

잉여의 잉여의 잉여 - 의 이야기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용돈만 축내던 잉여인간의 삶은 약 1년 반 만에 정점을 찍은 뒤 '강제 종료'되었다. 스물두 살 여름, 난 입대를 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잉여 타이틀과 꼭 맞는 '경계 헌병'이라는 보직을 얻게 되었다. 내가 할 일이라곤 낮에 5시간, 밤에 2시간 총을 들고 부대 주변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군대에서조차 잉여라니..) 총을 들고 서있다 보니 잡생각이 참 많이 나더라.



그동안 껍데기 같이 살아온 것에 대해 생생하게 후회하는 시간이었다.



막연한 상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긴 시간이 언젠가 끝난다면,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게 뭔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지만 예술적인 활동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미래를 그리는 건 땔감을 모으는 것과 같았다. 당장 무얼 할 수는 없었지만, 언제든 타오를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던 나에게 작은 불씨가 찾아왔다.






쉬었다 가기 프로젝트



나와 초-중-고를 함께 나오고 지금은 코 파운더로서 같이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 H의 작품이다. 당시 싸이월드에 자작시와 그림을 올리던 H의 사진첩에 이런 제목의 이미지가 몇 장 올라왔다. (도심 한복판에서 의자를 들고 다니며 어디든 앉아 쉬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초상권 보호를 위해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쉬었다 가기 프로젝트



그 말이 멋있었고, 그 취지가 멋있었다. 제목과 사진 몇 장뿐이었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저런 걸 하면' 재밌을 것 같고 멋있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나는 얼른 H에게 전화를 걸어 '나도 함께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H는 흔쾌히 승낙하였고, 당시 일병이던 나는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표현하고 싶은 게 마구 떠올랐다. '이 활동'의 이름이 무엇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몰랐지만 그냥 재밌고 몰입이 됐다.



처음으로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긴 순간이었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 봤자 회사원 될 거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