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잉여인간이 된 이유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 이야기는 실화 기반이며, 이야기 속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8교시 내내 꾸벅꾸벅 졸던, 퀭-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던 내 짝꿍 만수가 던진 질문이었다. '성균관대 댄스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다.'라고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만수는 거친 '언어 뭇매'를 당해야 했다. '니 성적에 뭔 성균관대냐.' '그냥 잠이나 더 자라.' 그러니까 나는 죽어라 해도 원서조차 넣기 힘든 그곳을, 녀석이 희망하는 것 자체에 화가 난 것이다. 그때 만수가 반격의 한 마디를 꺼냈다.
그래서 니들은 꿈이 뭔데? 그래 봤자 회사원 될 거 아니야?
짧은 정적이 찾아왔다. 나를 포함해 만수를 평가절하했던 모두, 잠시 표정을 잃었다. 정말이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막연하게나마 회사에서 일을 할 거라 상상했던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때 조금 더 생각했어야 했다.
∙ 나는 회사원이 될 것인가?
∙ 회사에 간다면 어떤 회사에 다닐 것인가?
∙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 그렇다면 어떤 과를 가야 하는가?
뭘 해도 너보단 나을 거 같다는 비웃음 섞인 농담으로 상황은 종결되었고, '스킵된 질문들'은 조용히 내 안에 똬리를 틀었다.
앞으로 수년간 받을 고통의 진원지는 정확히 이곳이었다.
남들보다 일 년을 더 고생해 대학에 진학했고, 그리도 갈망하던 자유라는 걸 맛보게 되었다. 하지만 난 잉여인간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게 없는 이에게 자유란 그저 '남는 시간'일뿐이었다. 나름 알차게 보내고자 토익 학원도 다니고, 알바도 해보고, 배낭여행도 떠나봤지만 항상 공허했다. 무엇을 해도 '무언가 한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내가 만수를 비웃을 자격이 있었나 싶다. 자기가 좋아서 갈 길 가는 친구를, 그게 공부가 아니라고 낮춰 보다니. 난 그저 맹목적으로 공부만 하는 내 인생이 부정당할까, 그게 두려웠나 보다. 그렇게 난 맞지 않는 학과에 진학했고, 소중한 청춘을 낭비했으며, 매일 같이 '난 껍데기일 뿐이야.'하고 되뇌는 삶을 살게 되었다.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 보지 않은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은...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