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 취업이란 필드에서 낙오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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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블로그에 시, 그림, 사진으로 만든 웹툰 등을 올렸다. 예술 같은 걸 하고 싶어 했던 소망을 초보적인 수준으로나마 시도해본 것이다. 예술을 배운 적 없는 아마추어였지만 적어도 서로에게만큼은 큰 영감이 됐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분명 우리처럼 표현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걸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였다.
Wix는 이런 욕망을 실현하기에 좋은 도구였다.
Wix는 프로그래밍 없이 (블로그를 꾸미듯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홈페이지를 만들어 하나의 서비스로 발돋움하는 발칙한 생각을 했다. 그놈의 웹사이트만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될 거라는 순진한 상상을 했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무언가 만들어보는, 그 자체가 좋았다. 들뜬 마음으로 Wix 에디터를 이용해 사이트를 디자인했다. (굉장히 허접했지만 UX 기획을 경험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림 좀 그린다는, 시 좀 쓴다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작품을 올려달라고 영업도 했다. ('내가 왜?'라는 생각을 다들 했을 거다.)
갑자기 왜 '만드는 것'에 집착을 하게 된 거지?
이렇게 '예술 같을 걸' 하면서 한편으로는 '언젠간 나도 취업을 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복학을 하고 동기들을 따라 학과 공부를 빡세게 하는 한편, 취업 커뮤니티를 기웃거리며 '취업 준비'에 돌입했다. 너무 막막했다. 공부가 어렵고 재미없을뿐더러 내가 자소서를 쓰고 취업을 하는, 더 나아가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 갔다. 당시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나 왜 사냐...'였다.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난 경제학을 못했다. 이 경쟁의 숲에서 '더 나아가는 건' 낙오자가 되는 길이었다. 스펙을 쌓고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이 경기에서 난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혼란 속에서 '기획'은 나에게 회피처였다. 물론 (난 허접했기에) 취업의 대안이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그 느낌'이 위안을 줄 뿐이었다. 풋내기의 시도는 유약했고, 당장에 수업을 듣고 시험을 쳐야 하는 현실에 점점 손을 놓게 됐다.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