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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훈 Feb 06. 2018

사자가 되고 싶었던 초보 기획자

멋쟁이 사자처럼을 통해 개발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멋쟁이 사자처럼에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캠퍼스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였고 우리 학교 컴공과 학생이 면접을 진행했다. '개발자는 그들만의 분위기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접한 날이었다. 맥북에 까만 화면(개발 툴)을 띄워놓고 모자를 눌러쓴 그들에게서 스웨그가 느껴졌고 동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나도 그들처럼 되는 것이다!) 멋쟁이 사자처럼에 지원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기획이 필요했고 나는 (비장의 무기처럼)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작품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꺼냈다.



그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나의 기획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결점이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다. 그들은 "왜?"를 물었다. 사람들이 여기에 자기 작품을 올려야 하는 이유, 이 서비스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나는 "그냥 좋을 것 같아서..." 이상의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들이 보는 내 아이디어는 좋을 것 같긴 한데 서버 비용이 많이 들고, 그렇다고 그렇다 할만한 수익 구조도 없는 막연한 서비스 정도였다.



이런 걸 두고 기획의 부재라고 한다.



수익 모델이 없고 서버 비용이 많이 드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왜 써야 하는지 이유가 없는 게 문제다. 난 구체적인 삶을 살아보지 않은 애송이였다. 아티스트 지망생으로서 고충을 직접 느끼거나 오래도록 그들을 관찰한 데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 설정과 해결책 모두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깊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 아이디어는 뿌리가 약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결과는 역시 '탈락'이었다.



하아... 이제 난 뭘 해야 하지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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