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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Oct 31. 2020

이전에 지나보지 못한 길

나는 지난 주말 저녁 태화강국가정원 앞 도로를 지나게 되었다. 슬쩍 곁눈질로 강변을 바라보니 활짝 핀 작약과 수레국화 양귀비 등 꽃향기 사이로 수많은 인파가 떠밀리고 있었다. 노을빛 물들어가는 강변과 어울리는 사람들은 그동안 격리생활에서의 단조로운 일상에서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또 2주 전에는 오랜만에 간절곶을 방문했는데 탁 트인 광장에 많은 나들이객들이 삼삼오오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독특한 것은 수많은 연들이 창공에 나부끼고 있던 광경이었다. 나는 20여 개의 연들이 하늘을 바람이 휘젓는대로 나부끼는 것을 보면서 ‘자유’라는 말을 곱씹었다.

‘코로나 19’는 예고도 없던 거친 습격을 통해 지구촌에 자신의 존재를 명백하게 드러냈고, 강력한 감염과 전파력으로 사람들 사이에 왕으로 군림하게 됐다. 우리들은 TV에 태풍이나 지진, 기근이나 국지전 같은 뉴스속보가 떠도 애써 그 해당지역의 국한된 사건으로 치부하고 하는데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구촌의 사람들에게 하루아침에 공통분모로 자리 잡았다. 중국 우한에서 시발한 뉴스가 전해져도 무덤덤하던 사람들은 대구에서 대규모로 전염병이 퍼지자 화들짝 놀랐고, 우리나라 전역만 아니라 어느새 지구촌에 전파돼 유명세를 떨치는 전염병 상황을 매일 건강일지를 체크하듯 들여다보게 되었다. 영화나 소설 속에나 있을 법한 이런 일이 현실에서 펼쳐지자 사람들은 갑자기 일어난 전쟁 같은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이것은 이전에 지나보지 못한 길이며, 미증유의 사태로 우리 앞에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지가 던져져 있는 형국이다. 

나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각국 지도자의 대처나 전문가들의 앞으로의 예견도 빠짐없이 챙겨보려 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호응을 얻는 진단은 ‘지구에 잠시 거주하는 사람들이 환경파괴로 지구를 병들게 했고, 이번 전염병을 불렀다’는 결론으로 모아지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세계가 나서고 있지만 아무래도 올해 안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지는 못하는 걸로 이야기가 모아지고 있다. 초유의 개학연기 사태와 영상교육으로 교육계는 부산하고, 산업현장에서도 조심스레 작업이 진행되며, 국경을 넘어선 분업화도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게 됐다. 공연계와 스포츠 종사자들도 현장을 잃어버려 곤경에 빠지게 됐고, 겨우 무관중 경기로 개막전이 오픈한 상태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축제를 취소하기에 바빴는데 이제 조심스레 하나씩 오픈 준비를 하는 중이다. 

울산의 장미축제와 태화강 봄꽃대향연은 취소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장미원의 무성한 장미꽃들을 만날 수 있고, 국가정원으로 거듭난 태화강변의 꽃들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은 하나씩 회복돼 가는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면서 나는 호들갑 떨 수밖에 없고,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차분히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한다. 직진인생만 답이 아니고, 때로는 멈추어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후진인생의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배우는 시간이 되어야 하리라. 무엇보다 인생의 본질에 근본적인 질문을 곱씹기에 적기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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