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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Oct 17. 2022

편집장의 영업전략

 필자는 어린 시절 열 살 무렵부터 신문배달을 했는데 야음시장을 중심으로 주변 유공사택과 깨밭골 주변의 사방팔방으로 배달을 다녔다. 그때는 조간신문의 지면이 8면 정도로 얇아 누런 포장지에 신문을 둘러말아 옆구리에 끼면 됐다. 인쇄 상태도 질이 떨어져 배달을 마치고 나면 손가락 끝이 새까매지곤 했다. 나중에는 지면증면으로 오토바이가 아니면 배달이 힘들 정도로 신문사마다 증면 경쟁을 벌였었고, 판촉에도 사활을 걸만큼 매달렸는데 그때는 정말 신문사에 돈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신문지면의 쏟아지는 광고만 아니라 신문 지국에도 전단지가 많아서 자동 광고 삽지기가 없던 지국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신문에 발을 들인 후 이런저런 인연으로 햇수로 치자면 40년 가까운 신문쟁이로 아침마다 조간신문의 잉크냄새와 더불어 필자의 하루는 시작되곤 한다. 여태 40년 가까운 그 신문들을 스크랩하던지 종이신문 그대로 보관해두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한번 씩 생각해보곤 한다. 그랬다면 그 신문들은 나름 상당한 사료적, 금전적 가치를 띄게 되었을 것이다. 또 그 신문 속의 내용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울산의 전문가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의 생각처럼 지면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작업을 해둔 신문사도 대부분일 것이지만 아날로그 그대로의 종이신문을 보관하는 곳은 흔치 않을 것이다. 모으는데도, 보관도, 사료적 가치로 인정받는데도 상당한 수고가 따를 작업일 테니까 말이다.


 필자의 이런 생각을 직접 실천한 사람들을 방송에서 보게 되는데 그 레퍼토리(repertory)가 참으로 다양하다. 수십 년간 과자나 라면의 봉지를 오려 모은 사람, 우표를 모은 사람, 옛날 레코드판을 모은 사람, 전 세계의 커피기구를 모은 사람 등등. 그 분야의 전문가의 말의 힘은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왕 여기까지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울산에서 태동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여태 제작한 차량들을 모으고 모아 자동차박물관을 만든다면 지역경제에도 나름 든든한 밑받침이 되지 않겠는가. 현대중공업의 경우 여태 발주 받아 작업한 선박들을 다 모은다 해도 대형선박이라 보관이 쉽지 않으니 실물을 축소한 모형을 제작한다면 나름 승산 있는 관광산업의 모티브가 되지 않을까.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의 경우 위치 선정이나 부지면적이나 손색이 없고, 세계의 유수 메이커를 사들이는데 상당한 공을 들여 훌륭한 관광지의 면모를 선보인 게 기억에 남는다. 울산의 관광 산업에서 울주군에 호랑이 생태체험관을 만든다는 발상도 좋고, 현대미포조선 도크에 돌고래를 방류해 관광 진흥에 이바지한다는 발상도 좋지만 무엇보다 지역정서에서 스토리를 입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타공인 무릎을 치는 좋은 아이디어에 울산만의 스토리텔링이 더해진다면 공감대를 형성하며 충분히 승산 있는 멋진 도전이 될 것이다. 문학이 설 자리를 잃고 시가 읽히지 않는 디지털의 시대에 한국의 출판문화는 이대로 영영 추락하고 마는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필자가 편집장의 업무를 봐오면서 구상했던 것이 은퇴를 앞둔 퇴직자에게 일생의 책 한권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52주 과정으로 글쓰기 훈련을 거쳐 그 동안 적은 글을 모으고, 틈틈이 사진 찍는 시간을 병행해서 얻은 사진을 책에 추가한다면 자신만의 멋진 작품이 될 것이고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열게 된다면 환희로운 기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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