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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관 편집장 Oct 17. 2022

글·사진·동영상, 현대판 신언서판(身言書判)

 중국 당나라에서 관리들을 채용할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신수가 훤해야 더 나은 대접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보다. 그리고 말 잘하는 것은 인터넷도 없고 신문도 없던 시절에 말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의 구변이야말로 탁월한 증거수단이었다. 또 먹을 머금어 붓끝으로 쓰던 글씨야 말로 내재된 속사람의 표현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판단력이 뒤따른다. 이것은 우리 전통과 관습에 뿌리내려 선비들의 자격을 논하는 근거도 되었다.   


첨단기기가 확산되어 실생활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우리 사회에서 글은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도구가 됐다. 저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부모의 이혼으로 헤어진, 성장한 딸의 페이스북 폭로성 글로 인해서 낙마했다. 후보의 과거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딸의 글이 방송과 인터넷을 타고 천리마처럼 달려 폭풍처럼 휘몰아쳐 한방에 훅 가버렸다.


한편 스마트 기기로 녹음까지 자유자재로 되는 현실에서 글은 말과 결합해 파급력이 메가톤급이다. 각국의 정보를 담당하는 안보기관에서 테러분자들의 선동하는 글을 삭제하고 동영상을 거재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유로 치부하고 꿈적 않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업체들이 이제야 필터링을 대폭 강화한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우리 사회는 이제 글·사진·동영상이 패키지 상품처럼 하나로 단단히 묶어져 있고, 현대판 신언서판으로 대체된 느낌이다. 정보기관이 선점하고 독점해 ‘그들만의 리그’로 누리던 혜택들은 많은 부분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힘들이지 않고, 알 수 없었던 고급정보를 향유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전개되고 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검색 한 번이면 바로 정보가 툭하고 튀어나와 학벌위조, 성형유무, 신분세탁을 비롯한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순식간에 벌거벗듯 온 세상에 까발려진다.


일전에 모 연예인과 영화감독의 사생활이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했고, 그들은 도피용 해외여행중이다. 또 모 연예인의 안타까운 죽음도 마약 때문이었다. 처음 한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결과로 누범(累犯)으로 이어지고 결국 불행한 파국을 불러들였다. 해외 원정도박, 음주운전, 마약복용, 사기사건 등 유명인일수록 범죄의 덫에 걸리면 후폭풍이 엄청나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다. 이처럼 알게 모르게 스며드는 치명적인 유혹을 이겨낼 사람은 많지 않다. 술 먹으면서 "취하지 않을 자신 있다"고 내뱉는 사람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유혹이 오기 전에 사전에 차단하고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능사다.


내가 쓴 글은 기록이 되어 남겨진다. 모래 위의 글씨처럼 쉽게 잊히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영롱한 별처럼 빛날지도 모른다. 내가 찍은 사진과 동영상도 역사의 흔적이 된다. 한 번 주어진 삶의 기회를 나눔과 섬김으로 선용하고 재능기부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꽃 피우는 데 쓸 일이다. 그것은 훗날에 좋은 추억거리로 남겨지고 축복의 이름으로 불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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