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한권의 책

독서로 문화의 향기를 누리는 자유

by 박정관 편집장

울산도서관이 내 삶에 깊숙이 쑥 들어왔다. 찌가 물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면 낚시꾼이 재빨리 낚싯대를 낚아채 물고기를 건져 올리듯 이제 울산도서관에서 인생을 바꾸는 책을 언제든 포획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4월 26일 울산도서관이 개관하던 날 반드시 방문한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3기 경상일보 시민기자 위촉식과 겹쳐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 울산누리 블로그기자의 사전탐방과 인터뷰 기사를 미리 읽었고, 경상일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소식을 들었지만 여태 찾아보지 못했다. 기어코 지난 월요일에 방문했지만 휴관이라서 발길을 돌렸다. 그래도 초초하지 않았고, 내심 여유로왔던 것은 아무 때나 찾을 수 있는 지식의 발전소요 휴식공간이기 때문이었다. 울산도서관은 14만 권이 넘는 전국 최고의 도서를 구비하고 있는바 김기현 울산시장은 개관식에서 “울산도서관은 도서관들의 도서관이 될 것이다. 독서를 통한 문화가 숨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문화도시 울산을 떠받치는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울산도서관에 도착해 주차장으로 진입하니 카드결제를 한다고 적혀있었다. 이제 생활 영역에서 차차 모든 것이 첨단지능기능이 가미되니 참고하면 좋겠다. 현관에 들어서자 넓은 1층 로비에 사람들이 오가며 새로운 시설에 적응하는 중이었고, 나는 PC에서 회원가입을 해서 5분 만에 바로 도서출입증을 배부 받았다. 이현우 미디어팀장은 개관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연락을 받고 초등학생 자녀들과 동반해 각자의 책을 빌리러 3층으로 올라갔다. 이금희 발행인과 나는 3층에서 책 몇 권을 골라 대여절차를 밟고, 2층 야외테라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2층 내부를 마저 둘러봤다. 책을 고르는 사람들,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PC로 도서자료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눈짓으로 의사를 표시하다가 1층 로비로 되돌아왔다. 1층 로비 벽면 가득 책을 빼곡이 진열해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저마다 기념사진을 찍곤 했다.


1층에는 울산도서관 개관기념 특별전시 <독자의 발견, 독서의 기쁨> 展이 열리고 있었다. 그것은 1900년대 부흥했던 신문연재 소설과 작가를 전시와 체험의 형태로 제공하는 코너로 4월 26일 개관 때부터 7월 1일까지 계속 이어진다. 100년 전후의 희귀한 원본 신문을 보며 신기했다. 그 당시의 여러 신문 사본도 전시돼 있으니 찬찬히 시간을 가지고 돌아본다면 유익한 시간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정비석의 자유부인을 비롯해 박경리의 토지, 심훈의 상록수, 조정래의 한강,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 한수산의 욕망의 거리,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 등 무수한 연재소설들이 전시돼 있었다. 소설 속의 삽화도 빠지지 않고 그 시대 그 소설의 배경을 그림으로 표현돼 있어 이해가 쉽고 흥미진진했다. 울산문학의 방도 마련돼 있는바 아동문학가 서덕출, 소설가 오영수, 소설가 방현석, 박종우 시인, 이충호 시인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동아일보 정주지국장을 하다가 금광을 빌려 3년간 채굴한 끝에 부자가 된 계초 방응모는 고향선배 조만식 장로와 친분이 있었는바 그의 권유로 조선일보를 인수했다. 일제의 탄압으로 폐간된 조선일보를 해방 후 다시 복간한 이가 계초였다. 그의 후손들이 조선일보 경영을 이어갔다. 계초의 둘째손자 방우영은 「나는 아침이 두려웠다」를 저술했는데 한국현대사와 함께한 55년 조선일보의 발자취의 파란만장한 스토리였다. 일등신문이 되려면 일등사람을 데려와 일등대접을 해주면 된다는 지론은 독자인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인이나 사회나 단체나 국가나 리더십 갖춘 리더가 전문가를 잘 발굴해 적재적소에 잘 배치한다면 그 조직은 번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등신문은 그저 얻어지는 전리품이 아니었다. 작은 신문의 편집장으로 수년간 이 직책을 맡아오며 고민하던 많은 부분에 도전을 받는 계기가 됐다. 이틀 만에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독서의 맛을 느낀 계기였다.


기독교서적 세계부흥운동사는 결론부터 먼저 읽은 후 잠시 미뤄두었고, 미국의 너세니얼 브랜든이 쓴 「자존감의 여섯 기둥」은 머리말만 읽은 상태이다. 이금희 발행인은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이중택의 저서를 골랐다. 대형교회를 목회하다가 어느 순간 돈과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더 대우하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저자는 무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시골교회로 자청해 내려가 자연과 벗하는 겸손의 실천을 적은 책이라고 알려줬다. 사실 나는 많은 책을 사 모으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지적 허영으로 이어질까 저어했다. 그만한 자금도 없기도 했고, 대신 책읽기 못지않게 조간신문 탐독은 아직 내 삶의 기쁨이자 여유로운 동행이 되고 있다. 대여방식이기에 완전한 개인 소유로 책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울산도서관의 새로운 여정은 내 사고의 깊숙한 곳에 성찰의 무늬를 새겨놓을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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