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한 시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만나는 것이다. 가을비가 이제는 다 버리고 가야겠다는 듯 마지막 남은 물기를 털어 쏟아 내리는 밤, 시를 낭송하며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이들은 이 밤 무엇을 찾아 여기와 있는가.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시인의 눈은 온 우주를 꿰뚫어 볼 줄 아는 시야를 가졌는가. 내 앞에 서있는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째로 동시에 볼 수 있다니. 세상에 부딪혀 이리저리 상처 난 마음의 갈피를 아는 척이라도 한다면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반가움이 될 것이다. 따뜻함이 될 것이다. 아픈 마음 위로가 될 것이다. 인연 따라 나에게로 오는 한 사람의 방문객에게 이러한 큰 의미를 생각해 볼 것이다.
굵은 빗줄기 소리와 시에 생기를 불어넣어 활자가 살아나게 하는 낭송소리가 잘 어울려져서 마음에 물결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