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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y Story

우리 집 크리스마스 풍경

사랑하는 예수님 생일축하합니다

by 운아당

그때는 12월 방학이 시작되면 거의 매일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크리스마스 발표회를 연습하기 위해서다. 특히 합창과 성극은 참가 전원의 호흡이 맞아야 하기에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여야한다. 크리스마스이브는 기대와 설렘의 절정이다. 교회 주변 온 동네는 축제 분위기로 들뜬다. 교회 종소리가 마을 속으로 은은히 퍼져 나가면 사람들이 교회로 모여든다. 발표회는 성경암송, 독창, 합창, 성극 등이 펼쳐진다. 참석한 성도들과 아이 부모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조그만 동네인지라 온 동네잔치였다.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많지 않은 작은 교회인지라 나는 합창, 성극, 성경암송, 독창 등 모든 순서에 다 출연하기도 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는 설, 추석 못지않게 기다려지는 축제였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옛날처럼 교회에서 하던 가슴 설렌 크리스마스 파티를 우리 가족과 함께 하자고 의견을 내었다. 모두들 좋아했다. 매년 총감독은 우리 둘째 딸이 한다. 감수성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그 아이는 기획부터 준비과정, 진행까지 아주 능수능란하다. '특별한 우리 가족 크리스마스 파티'. 이제 매년 크리스마스 전날에 모든 가족이 우리 집에 모인다.


올해 크리스마스 파티는 아들이 멀리 있어 참석하지 못해 좀 아쉬움을 가지고 시작했다. 해거름이 지자 먼저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예수님의 생일 축하 송을 부른다. "사랑하는 우리 예수님! 생일 축하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는 각자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모아 놓는다. 그리고 맛있는 만찬이 시작된다. 매년 미역국, 잡채, 불고기 등 잔치 음식을 장만하느라 부산했다. 올해는 큰 딸이 고생하는 나를 배려해서 맛있는 음식을 사 왔다. 덕분에 편하게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편안한 시간에 선물교환을 한다. 6살 손자가 최근 배운 한글을 크리스마스 카드에 삐뚤삐뚤하게 써서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포장해서 귀한 거라며 나눠 주었다. 11살 손녀는 요즘 영어를 배운다고 영어로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라고 써서 과자를 포장해서 모두에게 나눠 주었다. 칭찬과 박수를 마구 쳐 주었다. 우리 부부는 손자에게는 평소 갖고 싶어 하던 딱지를, 손녀에게는 요즘 잘 나가는 걸스룹 사진 카드를 주었다. 나머지 선물은 팀을 나누어 게임에서 이기는 팀이 먼저 선물을 골랐다. 게임은 제시어를 몸으로 표현해서 맞히는 '몸으로 말해요'이다. 6살 손자가 제시 단어 뜻을 알아채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 박장대소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고 세대격차 없이 어울릴 수 있어 좋았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6살 손자가 혼자 터득한 한글로 쓴 글씨. 이렇게 쓰고 읽기는 정말 바른 글씨로 읽었어요

가장 의미 깊고 감동적인 시간은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순서이다. 몇 가지 질문이 적힌 A4 용지를 나눠준다. 각자 답을 적어서 돌아가며 발표하는 방식이다. 올해 가장 즐거웠던 일, 올해 가장 힘들었던 일, 올해 가장 감사한 일, 올해 성장했던 일, 내년에 하고 싶은 일이 질문 문항이다. 온 가족이 여기저기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진지하게 쓰고 있다. 이 시간을 통해 각자 힘들어한 것이 무엇이고, 감사한 일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기특한 것은 6살 손자가 어른들과 함께 모든 순서를 참여하였다는 것이다. 이 아이가 감사한 일은 아빠가 어린이집 와서 김밥 싸기 한 것, 속상한 것은 자기 장난감을 친구가 가져가서 아직 돌려주지 않은 것, 내년에 하고 싶은 일은 곤충을 더 알고 싶다 등 또박또박 읽었다. 참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크리스마스이브의 하이라이트는 상장 수여식이다. 모든 가족에게 상장과 상품이 수여된다. 상장은 각자 칭찬 듣고 싶은 내용을 미리 알아보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본 바를 토대로 상장 문안을 만든다. 상품은 남편과 내가 준비한 용돈이다. 올해 손녀가 피아노 경연에서 입상하여 상장 문안에 들어갔다. 손자는 어린이집 잘 다니고 밥 잘 먹고 치과 치료 잘 받은 것이 들어갔다. 아이들 키우고 직장 생활하는 큰 딸에게 그 노고를 치하한다. 눈물이 많은 큰 딸은 상장을 받으며 아빠를 안고 눈물을 쏟는다. 아이들 키우고 사느라 빠듯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위로받는 느낌이라고 한다. 멀리 직장 관계로 오지 못하는 아들에게도 상장을 만들어 사진 찍은 것과 행사의 전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냈다. 또 페이스 톡으로 가족 모두 돌아가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아들도 함께 하지 못해 많이 아쉬워했지만 기술의 발달로 이렇게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


나의 어릴 적 마음처럼,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은 12월이 오면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대했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가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아온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족들끼리라도 위로와 격려의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예수님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너의 이웃을 너의 몸처럼 사랑하라'라고 하신 그 사랑을 느끼고 나누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발표회도 순서에 넣어야겠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임영웅의 노래를 열심히 연습해서 부르고 싶다. 해마다 특별한 우리 집안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계속되었으면 한다. 소박하지만 특별한 우리 가족 크리스마스 파티! 만족감에 가슴이 뿌듯하다. 감사하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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