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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내 책쓰기 어때요?

나의 삶 하이라이트3. 내 인생에 가장 특별한 날은

by 운아당

인생에 가장 특별한 날은 2024년 2월 13일이다. 그날 오후 2시경, 대문 앞에 툭 던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올 거라고 메시지가 왔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애인이 온 것처럼 급히 신발도 신지 않고 문을 열었다. 소중한 보물을 누가 가져갈까 하는 조바심으로 얼른 계단에 놓인 책을 들고 들어왔다. '오늘부터 내 책 쓰기 어때요?'

오늘부터 내 책 쓰기 어때요 책이 왔다


2023년 우연처럼 인연처럼 다가온 문학이라는 물줄기. 꿈인지 생시인지 3권의 공저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동시집 '나도 꽃이 되었어', 수필집 '그곳에 내가 있었다', '있는 그대로'이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집이 나에게 주어졌다. 새로 아파트 분양받은 것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공간이었다. 까맣게 먼 일로만 여겼던 일들이 저절로 인연따라 나에게로 왔다.


매일 쓰고 싶었다. 처음에는 마음에 응어리 진 부모님 이야기부터 쏟아져 나왔다. 살아오면서 평생을 내 마음 한 구석 그늘져 있던 것들, 나는 행복해선 안된다는 죄책감이 또아리를 틀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여자라서, 쓰잘데 없는 가시나라서 받은 차가운 시선들은 어린 새싹에 뜨거운 물 부운 격이었다. 작정하고 들쳐 보니 별거 아니었다. 벗어 젖히면 진짜 내 모습이 그럴까봐 두려워 덮어 둔 젖은 거적데기 같은 것, 그것 때문에 곰팡이 설고 냄새나고 썩었던 것들이었다. 그것 마구 펼쳐 벗겨내니 따스한 햇살이 비추어 다 말라버렸다. 허무했다. 그것들 내가 평생 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니 쓸거리가 없었다. 그런데 무언가 쓰고 싶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그때, 또 우주로부터 송숙희 작가의 '오늘부터 내 책 쓰기 어때요?'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정말 '우주로부터'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어느 경로로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송숙희 작가는 1일 1페이지 100일 글쓰기 워크북을 해봐라고 했다. 매일 주제를 100개 정해 주었다. 죽 훑어보니 바로 나를 찾아가는 긴 여행이었다. 여자로서 나의 일생, 무엇하나 이게 나다라고 내 세울 것 없는 나의 인생, 애면글면 살아왔건만 남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바로 이거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컴퓨터 앞으로 갔다. 브런치를 문을 열었다. 브런치 북 연재 목차를 올렸다. 매일 100일 동안, 이 길 따라가면 그 끝에 어떤 내가 서 있을까. 끝까지 종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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