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처음 만난 남자와 결혼을 했다. 처음 정한 직장에서 37년을 근무했다. 처음 태어난 곳에서 60여 년을 살아왔다. 지금도 살고 있다. 자연이 그리워 지리산 아랫동네에 거처를 마련하고 지내다 오기도 한다. 친구도 오래된 동네 친구들이 늘 그립다. 어릴 적 순수한 그 느낌을 사랑한다. 그러고 보니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번 한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선약이 있으면 웬만한 중요 사안도 뒤로 미룬다. 먼저 약속한 사람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비밀을 말해 놓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 스스로 말하기 전에는 내 입에서 나가지 않는다. 입하고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은 해나가는 사람이다. 나에게 이익이 되고 손해가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특히 나보다 약한 사람들이 어려운 일은 당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들의 어려운 하소연을 스쳐 흘리지 못하도 나에게 불이익이 와도 해결하려고 한다. 어릴적엔 친구들을 이끌고 새마을 운동을 전개했고, 그 친구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땐 함께 가서 돕곤 했다. 한 친구 동생이 어려서 울고 보채면 업어서 재우곤 했고, 동네 길이 더러우면 친구들을 깨워 함께 길을 쓸기도 했다. 재직 시 비정규직 직원이 기관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하고 나에게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때, 그 부당함을 직접 온몸으로 거부하기도 했다. 물론 승진이나 보직, 여러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버지에 대해서 어릴 적 인정과 사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미움 같은 것이 있었지만, 이제 성인이 되고 그 상황과 나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감정이 다 해소된 것은 아니다. 차차로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면서 안아줄 것이다. 엄마는 늘 마음속에서 안쓰러움과 고마움과 사랑과 은혜를 느껴왔다. 지금도 계시니 감사할 따름이고 원하시는 모든 것을 해드리고 싶다. 물론 내 자녀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나의 마음에 가득하다. 자녀를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내어줘도 안 아깝다. 내가 못해본 모든 것을 자녀들에게 다 제공하고 싶다. 자녀들이 잘 성장해 준 것 참 감사하다.
그런데 나는 온전히 나의 삶을 사는 것에 애로사항이 좀 있다. 이것은 나의 시간이 많은 요즘 깨달은 사실이다. 나의 목표나 계획이나 스케줄이 있더라도 나의 가족이나 주변인들의 일들이 발생하면 늘 순서가 뒤로 비켜난다. 알고 보니 아주 쉽게 제켜진다. 아주 자연스럽다. 나의 가족들이 나에게 요구를 할 때 나의 일은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퇴직한 지금은 물론 미룬다고 꼭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일은 없다. 나의 개인적 스케줄이니까. 그래서 더 쉽게 포기해 버린다. 그러다 보면 흥미를 잃게 되고 잘해지기 위해 소요되어야 하는 시간이 날아가 버린다. 잘하지 못하게 되니 포기가 쉬워지는 것 같다. 요즘 이런 나를 발견해 나가고 있다. 나에게 투자하는 것에 인색한 나를 이제는 바로 알아갈 것이다. 이제 그 여행이 시작되었다.
1일 1쪽 글쓰기 100일 워크북이 잘 완성되기를, 꼭 성공하기를 나에게 바라고, 시작하는 나에게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