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의 시청률은 70%

내가 어렸을 적에, 어렸을 적에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는 무엇인가요

by 운아당

내가 어렸을 적에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는 무엇인가. 떠올려 보니 드라마 '여로'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1972년 4. 3.~12. 29. 까지 방영했다고 하니 8개월 정도를 했나 보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으로는, 3년 이상 더 길게 한 것 같다. 그만큼 나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그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텔레비젼이 호랑이 할머니 집과 우리 집에 있었다. 교장 선생님으로 퇴직을 하셨던 큰집 할아버지가 텔레비젼을 사가지고 오셨다. 큰할아버지는 큰 방에 살고 우리가 작은 방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물론 동네 사람들 열댓 명이 마루에 앉아 함께 시청했다.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7시 50분까지 20분 정도를 했으니 너무 짧아 아쉬워 하며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드라마 후담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내가 12세쯤이었으니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구의 바보 역할과 아내 분이의 희생과 인내, 시어머니의 구박의 줄거리만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때 자료를 검색해 보니 시대는 1950년 경, 주인공이다. 분이는 가난으로 조금 모자란 부잣집 아들 영구와 결혼한다. 신랑이 지능이 모자라 말도 어눌하고 걸음걸이도 시원찮다. 하지만 분이는 지극으로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정성을 다해 섬긴다. 영구도 분이에게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좋아하고 부부간의 정을 나눈다. 하지만 그때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분이를 구박하고 온갖 트집을 잡아 고초를 준다. 분이는 아들 기웅을 낳고 행복한 시간도 잠시 시댁에서 쫓겨나게 된다. 분이가 잠시 과거에 술집에서 일한 것이 탄로가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6.25 전쟁이 발발하고 분이는 부산에서 국밥 장사를 해서 돈을 모으게 된다. 분이는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이 내용이 기사로 나가게 되고 신문을 본 영구와 재회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 드라마가 방영하게 되면 온 시내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까지 그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시청률이 70%라면 온 국민이 봤다고 해야 할 정도이다. 분이 역에 태현실 배우이고 영구 역에는 장욱제 배우였다. 분이는 지고 지순한 며느리 역할과 아내 역할, 모진 구박에도 참고 견디는 그 시대의 며느리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거부터 훌륭한 여성의 본보기였던 분이의 현모양처 모습에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고, 그리고 분이를 구박하고 미워하고 시기하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못된 역할에 온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였다.


이것이 더욱 시청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한다. 전쟁 후에는 비록 시댁에서 쫓겨 난 여성이지만 지혜를 발휘하여 스스로 생활을 개척하는 모습에서 약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는 여자의 모습을 조명한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으니 아무리 어려워도 위기를 극복하는 강인한 여성을 시대가 원했는지 모르겠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여성들 스스로가 분이를 자신과 대입하고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여성의 삶이 어렵고 좌절스럽고 힘들지만 결국 이겨내고, 해체된 가족이 다시 만나는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온 국민은 한 마음이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