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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콤플렉스

나의 삶 하이라이트, 특별한 콤플렉스 경험이 있는가

by 운아당

처음 시작하는 일은 언제나 가슴을 콩 딱 거리게 한다.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할 때, 교생실습으로 사범대 4학년 학생 40여 명이 우리 학교에 왔다. 담당교사는 행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해서 나에게 1시간 특강을 부탁했다. 학교에서 교사로서 가르치는 일 외에 문서 기안과 결재법 등 일반 행정 내용이었다. 나도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 꿈이 있었기에 한 편으로는 반갑기도 하고 호기심도 있었다. 처음 업무를 접했을 때 당황스러웠던 나의 경험을 생각해서 행정 내용과 인생선배로서 사회 첫 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잔뜩 써서 자료를 만들었다.

그 시간이 왔다. 교탁에 올라서서 학생들을 바라보는데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고 배우고자 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나도 사범대학을 갔다면 이런 경험을 해봤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학생들이 너무 대단해 보이고 크게 보였다. 내 소개를 하고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점점 다리가 떨려왔다. 컵에 놓인 물을 마시고 진정을 시켜보지만 목소리도 떨리는 것 같았다. 내가 되고 싶었던 교사라는 자격을 이들은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자격 되는 사람 앞에 섰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스쳤다. 갑자기 큰 폭풍이 일어 마음을 흔들어버린 느낌이었다. 핵심 내용만 서둘러 전달하고 특강을 마쳤다. 나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국제교류부에서 근무를 오래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중 앞에서 말할 기회도 많았다. 외국학생 모집으로 중국, 필리핀, 베트남, 몽골 등 많은 외국대학에서 우리 학교 소개를 하기도 했다. 물론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한다는 것은 긴장하고 불안함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떨려서 제대로 내용 전달을 못하고 내려온 적은 없다. 교사가 될 학생들 앞이라 더 그랬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교사는 언제나 내 마음속 선망의 대상이었다. 내가 공무원을 시작하고서 몇 년 동안은 매년 대입시즌에 교대의 경쟁률이나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기도 했다. 이것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 커서일까, 아니면 나는 더 강해지고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다른 길에서 어정거리고 있다는 자책감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 그때 대학이라는 문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 참 큰 절망감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내가 어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큰 슬픔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콤플렉스는 교사였던 것 같다.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다는 나이 60살도 넘어서면서 나에 대한 글을 써 보기 시작했다. 글을 쓴다는 작업은 그동안 살아온 나의 인생 과정을 휙 훑어 내리게 한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살아온 시간이었다. 나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온 나는 나 자신에 대한 글을 쓰기가 참 어렵다. 다른 주제는 정보라도 검색할 수 있으나 '나'에 대한 이야기는 오로지 나 외에 그 어느 곳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자랑할 것도, 콤플렉스도, 보물도 별로 의미가 없다. 진정한 나의 영혼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남들이 내는 소음에 내 삶이 흔들리게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지금 절실한 것은 내 마음과 영혼이 말하는 것을 따를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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