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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미자

나이 든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

by 운아당

미스 트롯 3 결승날이다. 결승 무대가 라이브로 방영되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많은 국민들은 이 방송채널에서 기획한 미스트 트롯, 미스 트롯 오디션 진행 과정을 보면서 코로나를 이겨냈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격리된 상황의 어려움을 오디션이 주는 긴장감과 재미, 노래가 주는 위로로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우울증이나 암 등 투병 중이던 환자들의 수많은 댓글을 보면 노래가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나 역시 임영웅이란 가수를 만나고 마음을 쓰다듬는 위로를 받았으니까. 탑 7에 든 결승 진출자들은 모두 우승자였다. 누구랄 것 없이 실력이나 퍼포먼스, 무대 매너 등 가수로서 갖춰야 할 요건들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진행자는 최종 우승자 한 사람의 발표를 앞두고 레전드 가수를 모셨다고 했다. 나는 크게 기대할 것도 없이, 그저 어느 나이 든 선배 가수가 나와서 후배 가수들을 격려해 줄 것으로 여겼다. 빨리 트롯 진이나 발표하지 괜히 시간 끈다며 언짢아했다. 그런데 가수 이미자가 나왔다. 반가움에 놀랐다. 왜냐하면 그녀는 내가 태어나서 보니 유명해있었고 지금까지도 국민들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였다. 어른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죽으면 성대를 병원에 기증해서 연구할 것이라는 말도 했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녀는 노래하기에는 나이가 많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녀는 축하 송으로 '유달산아 말해다오'라는 곡과 '갈매기가 되어'라는 곡을 불렀다. 두 곡을 연이어서 부르는데도 숨찬 기색도 없이, 안정된 목소리로 매끄럽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불렀다. 목소리의 탄력성이나 끌고 가는 호흡, 멜로디, 가사전달력이 결승 진출자 못지않게 완벽했다. 이미자는 1959년 19살에 데뷔해서 65년을 노래했다고 한다. 나이가 83세였다.


진행자는 이미자에게 이 무대에 나온 소감을 물었다. '각 무대마다 최선을 다하는 후배들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트로트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도록 애써주는 마스터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 함께 하게 됐다. 어젯밤에 2시간 밖에 잠을 못 잤다. 방송국에서 섭외가 왔을 때 승낙을 한 것을 후회도 했다. 좋은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었는데 좀 부족한 것 같다. 시청자들께 완벽한 노래를 들려드리지 못할까 봐 긴장을 많이 했다. '유달산아 말해다오'라는 곡은 음역대가 넓어서 부르기 어려운 곡으로 오디션 가수들이 잘 선택하지 않고 다른 가수들도 잘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많이 불러달라는 의미로 선택했고,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연습을 많이 했다. '갈매기가 되어'라는 곡은 많이 알려진 곡은 아닌데 노랫말이 좋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역시 레전드 중의 레전드 가수이다. 아직도 무대 앞에서 긴장한다. 편하고 쉬운 곡으로 나오지 않고 의미가 있는 곡을 선택했고, 어렵지만 널리 알려지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많은 연습을 한다. 앞으로 후배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메시지를 주고 후배들을 위한 기록으로 남겨 놓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소회였다. 그녀가 평생 사랑했던 노래를 대하는 태도는 종교적 예식에 가까워 보였다. 한 소절 한 소절 소중하게 마음을 다하여 목소리를 다듬어 내는 모습이 기도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도 숭고하게 보여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나는 60대 중순을 넘기며 나이 들었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다가 손을 놓은 적이 더러 있어, 나를 돌아보고 흠칫 놀랐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자신의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2024. 3. 8.)

진을 발표하기 직전
갈매기가 되어 곡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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