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여행, 매일 걸었더니 오늘은 그냥 걸었다.
5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어제 집에 돌아왔다.
경남에서 충북까지, 먼 길을 돌며
전주, 부여, 공주, 부안, 광주, 순천까지 하루하루를 빠짐없이 누볐다.
같은 대한민국 안인데도
사람도 다르고, 산의 윤곽도 다르고, 바람도 조금씩 결이 달랐다.
하나라도 더 보고 싶어서, 더 걸었고
매일 만 보 이상을 넘기며 움직였다.
그러다 밤이 되면, 꿀잠처럼 단잠에 빠졌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익숙한 나의 일상이 곧장 나를 반겼다.
소파에 앉아 TV 리모컨을 누르고,
손엔 어느새 핸드폰.
늦은 밤이 되어도 이불 속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여행도 다녀왔으니 이젠 좀 쉬어야지’
‘몸이 피곤하니까 오늘은 그냥 편하게’
그럴듯한 이유들이 머릿속에 줄지어 들어섰다.
하지만 이상했다.
몸이 가만히 있는 걸 불편해했다.
무언가 어긋난 느낌.
5일간 부지런히 걸었던 그 움직임의 흐름이
아직 내 안에서 살아 있는 듯했다.
그래서 밖으로 나섰다.
강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유독 멀게 느껴지던 길이었는데,
이번엔 이상하게 아무렇지 않았다.
"생각보다 가깝네."
"이 코스, 힘들지 않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어느새 걷고 있었다.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이 시간쯤 되면 걷던 시간이지.’
‘이런 햇살 아래서 발을 내디뎠지.’
습관이란, 그렇게 몸이 먼저 알아채는 것일지도 모른다.
5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 안에 매일 걷고 움직였던 리듬이 남았다.
그 리듬이, 지금 이 순간
게으름보다 먼저 나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생각이 결심을 만들기도 하지만,
반복된 움직임은 결심보다 빠르게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습관은 결국,
‘한 번 더’ 움직이고,
‘한 번 더’ 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오늘 다시 걷는다.
별다른 다짐도 없이,
거창한 계획 없이,
그냥 걸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몸이 기억하고 있는 이 움직임이
어느 날,
익숙한 습관으로 자리 잡기를.
내가 움직이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이 되기를.
그리고
이 흐름이 내 일상을 조금씩 바꿔나가기를
조용히, 꾸준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