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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아당 Mar 27. 2024

그림책 속 남존여비

한글 가르치는 그림책에 이런 그림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까


사진 출처 : 가온빛 그림책

위 그림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책 '생각하는 ㄱㄴㄷ'에 나오는 그림입니다 그림책 매거진 '가온빛'에서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림의 맨아래 오른쪽 그림은 'ㅁ'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남자가 여자의 머리를 잡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작가는 'ㅁ'을 만들면서 이 그림을 생각했을까요? 시대 상황이 용인된 그림이었을까요? 더욱 이상한 것은 이 책은 2005년도에 나왔는데 그동안 어느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2023년 2.8. 일자 베이비뉴스에 의하면 '정치하는 엄마들'에 의해 제기되어 출고 중지 되었다고 하네요. 그때의 시대 상황이 이런 것 정도는 묵인되었을까요? 지금이나 그때나 이런 짓은 있어서는 안 되는 나쁜 행동입니다.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가 아니라,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립니다. 그때는 개념이 없었고, 지금은 알았으면 고쳐야 하는 것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얼마 전 읽고 공감했던 연재 브런치 '엄마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딸'이 떠오릅니다. 그 글에는 아들 바라기를 평생 해오던 99세의 엄마의 마지막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글쓰기 여행자' 작가는 '장손 외아들에 치어 사랑받지 못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늦둥이 계집애'는 끝없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엄마바라기였고,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 진정한 화해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용서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내 또래 나이의 여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남존여비의 상처를 안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 나는 천천히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아들만 소중한 존재라는 의식이, 집안에는 물론 사회 전반의 공기 속에 녹아 있어서 몸과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었습니다. 알 수 없는 공허감과 외로움에 사춘기는 참 힘들었습니다. 아니 오랜 시간 동안 마음속 상처받은 어린아이는 자라지 못하고 억눌러 있었습니다. 딸은 '쓰잘데 없는 가시나' 취급에 '존재의 부정'을 당한 것입니다. 이것은 죽고 사는 절체절명의 두려움입니다. 조선의 여자들은 모두 그러한 '한'을 품고 살다 죽었을 것입니다. 바로 한이 유전되었고 우리의 본능으로 전해져 내려왔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恨)'이 병명에 그대로 올려졌다고 합니다. 


이제 나이가 들었고 주변 이야기도 듣고, 내면을 살펴가며 글을 쓰다 보니, 별 큰 짐도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 남자는 아직도 조선시대입니다. 자기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바꾸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냥 그대로 살다가 죽고 싶답니다. 지금 바꾸면 한두 가지 힘든 게 아닙니다. 여자를 종처럼 부려먹다가 평등한 권리를 내어주면 당장 부엌에 나가서 순번제로 식사준비를 해야 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 이런 귀찮은 일을 왜 바꾸고 싶겠습니까. 

오늘 그림책 그림 한 바닥을 보고 너무 멀리 나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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