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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아당 May 24. 2024

사납게 굴지 않아도 <넌 정말 멋져>

그림책 구연, 미야니시 타츠야, 허경실 옮김, 달리

넌 정말 멋져

(그림책을 동화구연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를 아시나요?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턱을 가진 공룡이지요.

힘이 세니까 두려울 게 없었어요.

약한 동물은 티라노사우르스가 오면 이렇게 소리쳤어요.

"티라노사우루스다."

"모두 도망쳐."


그날은 스티라코사우루스 친구들이 많이 모여 즐겁게 놀고 있었어요.

티라노사우루스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고함을 질렀어요.

"이놈들! 배가 고픈데 잘됐네. 맛있게 생겼는걸."

"살려 줘!"

"살려 달라고? 천만의 말씀. 느림보 같으니라고. 우헤헤헤."

스티라코사우루스들은 죽을 힘을 다해 달렸지만 바닷가 절벽 끝에 오고 말았어요.

"너희들은 이제 끝이야."

스티라코사우루스들은 급히 절벽 아래 나무 위로 피신을 했어요.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무거운 몸을 못 이기고 바닷속으로 빠지고 말았어요.


풍덩! 으으으, 캬우.

티라노사우루스는 수영을 전혀 하지 못했어요.

"어푸어푸어푸, 으윽, 괴로워. 숨을 못 쉬겠어. 제발 아무나 날 좀 살려줘."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점점 바닷속으로 깊이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어요.

'항상 친구들을 괴롭혀서 이대로 바닷물 속에서 죽는구나.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티라노사우루스는 숨을 헐떡이며 몸에 힘이 빠져 갔어요.


한참을 지나 희미하게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티라노사우루스는 육지 위에 올라 숨을 쉬고 있었어요.

그리고 누군가 등에 난 상처를 핥고 있었어요.

"어헉! 넌 누 누구니? 살려줘."

"뭐? 나는 널 먹지 않아. 지금 너의 등에 난 상처를 치료하고 있어. 난 엘라스모사우루스라고 해."

"네가 날 구했다고? 왜?"

"왜라니? 네가 구해달라고 했잖아."

"고 고마워."

티라노는 고맙다는 말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거예요.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왔어요.


꼬르륵, 티라노 배에서 소리가 났어요.

"잠깐만."

엘라스모사우루스는 바닷속으로 갔다가 조개를 가져왔어요.

"이런 음식 처음이야. 맛있다."

"그래? 다행이다 너는 주로 뭘 먹어?"

"나? 나 나는 고기, 아 아니 빨간 열매를 먹어."

"빨간 열매? 어떤 맛이야?"

티라노는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요.

"넌 송곳니와 발톱이 뾰족해서 정말 셀 것 같아. 바닷속에 사는 힘센 놈들은 늘 약한 친구들을 괴롭혀. 너의 등에 난 상처도 그 난폭한 녀석 짓이야."

"못된 녀석들이네. 난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심술쟁이는 딱 질색이야, "

티라노는 또다시 거짓말을 하고 말았어요.


엘라스모사우루스는 티라노사우루스를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육지에 티라노라는 녀석이 참 못되게 군다던데, 너는 참 착하게 보여. 너처럼 친절한 공룡을 만나서 다행이야. 넌 친구들도 많지?"

"으 으 응..., 너는?"

"나는 친구가 없어."

"그럼 오늘부터 나랑 친구 하자. 내일도 여기서 만나."

엘라스모사우루스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티라노하우루스는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어요.


다음날 둘은 만나서 함께 바다도 구경하고, 육지도 돌아다니며 산책을 했어요.

둘은 친구가 되어 날마다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티라노사우루스는 친구가 자기를 좋아해 주고, 착한 공룡이라고 말해주니 진짜 마음이 착해졌어요.

산에 빨간 열매 따러 가서 만난 스티라코사우루스들에게도 친절하게 말했어요.

"놀라지 마, 걱정 마. 이제부터 너희들 해치지 않을게. 빨간 열매만 따고 갈게."

티라노사우루스는 히죽히죽 웃으며 빨간 열매를 따서 바다로 갔어요.


"엘라스모사우루스~~"

빨간 열매를 안고 큰소리로 불렀지만 엘라스모사우루스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어느덧 해가 저물어 깜깜한 밤이 몰려오고 있었어요.

그때 엘라스모사우루스가 비틀거리며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나타났어요.

"친구야, 내가 오늘 빨간 열매를 갖고 왔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엘라스모사우루스는 픽 쓰러져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었어요.

티라노사우루스는 바닷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피를 흘리고 있는 엘라스모사우루스를 안고 나왔어요.

"난폭한 바다 공룡이 나를 물어..."

"어떻게 이런 못된 짓을 할 수가!"

엘라스모사우루스는 눈도 뜨지 못하고 몸이 축 늘어졌어요.

"눈 좀 떠봐.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친구야. 너를 위해 빨간 열매를 따왔어. 먹어봐. 내 말 좀 들어줘. 사실 나는 거짓말쟁이야. 심술쟁이고 난폭하고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나쁜 놈이야. 사실 나는 나..."

바로 그때 엘라스모사우루스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어요.

"넌, 친절하고 상냥한 내 단 하나뿐인 친구야. 넌 정말 멋져."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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