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아당 Jul 31. 2024

미움을 잘 키웠더니<미움>

그림책 리뷰, 조원희 그림책, 만만한 책방

눈에는 힘이 들어가고 입은 앙다물고 있다. 젓가락으로 무언가를 집으려고 하는데.


조원희 작가는 누군가 미워하다가 잠이 든 적이 있다고 한다.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괴로웠던 감정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서 '미움'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누군가 화가 나서 말합니다.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아이는 영문도 모릅니다. 왜 나에게 화를 불같이 내는지 알 수 없어요. 처음 듣는 말입니다.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억울해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나를 보기 싫다고 하지요? 


결심합니다. 이제부터 나도 너를 미워하겠다고요. 복수할 거라고요. 

힘이 솟아납니다. 밥을 먹으면서 미워하고

놀 때도 미워하고

숙제하면서도 미워하고

재미있게 놀 때도 가끔가끔 떠오르는 너를 미워할거야.


목욕할 때도 생각이 나요

피곤해서 잠을 잘 때도 미워하는 마음이 솟아올라요.

쉴 새 없이 계속 미워했어요.


내 마음은 미움으로 채워지기 시작해요.

사랑, 감사, 우정, 웃음이 자리할 장소가 없어져가요.

미움은 힘이 커졌어요.

"저리 비켜. 미움으로 힘을 더 키워야 해."


미움은 점점 뿌리가 깊게 내려가고 

줄기도 번져가기 시작했어요

내가 물도 주고 밥도 주고 놀아주고 눈을 떼지 않았거든요.

얼마나 미움을 애지중지했는데요.

꿈속에서도 잊지 않고 미워했다니까요.


미움은 나의 마음 전체를 차지했어요. 

사랑은 드디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서 힘이 없어요.

미움으로 마음이 가득 차니 몸이 아프기 시작해요.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두근거리고, 배도 아팠어요. 

사랑이 힘을 못쓰니 몸이 영 말을 듣지 않네요.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고 한 말이 이제 혼자서도 돌아다니며 

꿈속에서도 나타나요.

'과연 너도 나를 미워하고 있는 거야?'

나에게 말한 그 사람은 기억도 못하고 있어요.

미움이 내 발목을 잡아 자꾸 엎어지게 해요.

나는 미움을 던져버리기로 했어요.


그랬더니 사랑이 점점 힘이 생겼어요.

사랑이를 키우니 미움은 아예 사라졌어요.

내 마음이 편해졌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위치는 내 안에<평화가 오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