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개월 전. 딸은 배가 자주 아프다고 했다. 명치 위가 어떤 날은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고, 어떤 날은 소화가 안되고 더부룩하다고 했다. 저녁에 특히 더 심했다. 인근 내과병원을 찾아 위내시경을 해도 이상이 없어 초음파를 하니 담낭에 돌이 있다 했다. 의사는 수술을 할 수 있는 좀 큰 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딸은 생각한 것은 바로 실천하는 형이다. 바로 추천 병원을 갔다. 병원 계단 오르는 벽에는 복강경 전문병원이라며 수술 횟수가 수만을 넘는다고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의사가 가져간 CD를 보더니 진료의뢰서에 쓰인 의사를 잘 안다고 했다. 같은 지역이니 의사들끼리도 서로 알겠지. 이 의사가 수술하라 했으면 하는 게 맞다면서 언제 할 건지 날을 잡아라고 했다. 진찰도 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지 않나. 자세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나는 딸에 비해 주저주저하고 결정을 하지 못하고 겁이 많다. 수술 안 해도 낫는 방법이 있지 않겠냐. 하나님이 다 필요해서 만든 장기를 제거하면 분명히 후유증이 있을 것이다라며 일단 집에 가서 아빠랑 의논하자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수술히지 않고 낫는 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 간청소하는 법'이란 책도 구입했다. 여동생이 담석이 있는데 이 책으로 실행을 하고 현재 수술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면서 알려주었다. 담석을 녹이는데 좋다는 체리주스, 사과주스, 스톤브레이크도 구입했다. 야채 위주로 먹고 고기를 먹지 않았다.
담낭이 무엇인지 공부도 했다. 간에서 담즙을 만들어서 담낭에서 저장했다가 음식을 많이 먹거나 고기종류 등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먹을 때 담즙을 내어놓는다는 것이다. 담낭을 제거하면 소화불량, 설사, 역류성위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이 더 두려웠다. 비수술로 완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관련자료를 모았다. 견딜만하면 견딜 요량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딸이 계속 며칠이 지나도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저녁에 더 아프단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배가 아프면 담석이 담관을 막아서 폐쇄가 되어 염증이 생겼을 가능이 있다. 위험하니 수술을 권했다. 딸과 나는 처음 간 병원 아니고 다른 병원에 가서 CT, MRI검사를 하여 정확하게 담석이 있는 것과 위치를 다시 확인하였다. 의사는 담낭제거수술 과정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후유증은 소화불량과 설사, 역류성위염 가능성인데 모든 사람이 후유증을 겪는 것은 아니고 약 20%가 겪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담관이 담낭 역할을 해서 그러한 증상들은 서서히 사라진다고 한다.
딸은 수술을 결정했다. 딸은 엄마는 수술하는 날만 같이 있고 가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자기가 수술을 받는데 엄마까지 고생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자기는 진료와 간호를 통합하는 병동에 있겠다는 것이다. 나는 아픈 사람 혼자 있으면 안 된다. 입원하는 기간 동안 함께 일반 병동에 있겠다고 했다. 태풍이 예고된 날, 사전 코로나 검사를 해놓고 뒷날 병원에 갔다. 음성 문자를 받고 바로 병실을 배정받았다. 딸은 의연하던 좀 전과는 달리 떨린다고 했다. 겁난다고 했다. 나는 두 손을 잡아 주었다. 밖에서 내가 기도하고 기다릴 거니까 걱정 마. 훌륭한 의사이고 좋은 간호사들이 수술을 집도하고 너와 내가 믿는 예수님이 의사의 손을 주장하실 거다라고 위로하였다.
2023년 8월 9일 10시 30분 딸은 수술실로 들어갔다. 나는 수술실 밖에서 그저 하나님 도와주세요라며 간절히 기도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갔다.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하시고 몸을 주셨으니 잘못된 곳을 고쳐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정확히 의사가 말한 1시간 후 11시 30분경 의사가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다. 의사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이어서 딸이 나왔다. 두 눈을 뜨고 있어 마취에서 깨어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전혀 기억을 못 했다.
병실로 돌아와 속이 미싱거린다고 하고 구토를 했다. 딸은 항생제 주사에 민감하다. 어쩔 수 없이 수술 직후라 링걸에 꽂아 주사기로 주입했다. 배도 움직일 때마다 아프다고 했다. 무통주사를 링거에 꽂았는데 그것도 구토의 원인인가 해서 뺏기 때문이다. 외래진료가 마칠 시간쯤 의사가 왕진을 왔다. 배의 상처 난 곳을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보니 배꼽으로 상처가 있고 그 위쪽으로 또 상처가 있다. 두 군데를 복강경으로 수술한 것이다. 아이는 아직 배가 움직일 때면 아프다고 한다.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도와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마음만 안타깝다. 아마도 십일 이상은 지나야 통증은 사라질 것이라 한다. 첫날밤은 구토하느라 한숨도 못 잤다.
이튿날이 되자 한결 좋아졌다. 죽을 먹기 시작했다. 반찬은 안 먹고 하얀 죽만 먹었다. 딸이 말한다.
"엄마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싶어. 정말 힘들었을 거야. 고마워 함께 해줘서"
"당연히 딸이 아프다는데 간병인이 엄마가 되어야지. 고맙긴 뭘 고마워."
"엄마, 우리 수술받기 전에 눈물로 두 손을 잡고 기도한 순간을 잊지 못할 거야. 참 좋은 기억이야."
조금 나아지니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2박 3일을 감옥에 갇힌 듯 온전히 둘만 바라보며 보낸 적은 없다. 좁은 공간에서 온전히 딸에게만 집중한 시간이다. 힘들어하는 딸을 애타는 마음으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지낸 시간이 참 소중하게 생각된다. 사람사이에는 합리적 실용적 선택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정서적으로 마음을 나눠야 할 때가 많다. 특히 가족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나도 아이들 키울 때는 미처 몰랐던 진실이다. 후회가 되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 2023. 8. 11. 퇴원을 했다. 그리고 3일 후 월요일에 병원 외래를 오면 다시 상처를 확인하고 실밥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2박 3일 동안 큰 일을 해낸 것 같다. 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담관이 담낭의 역할을 해내기까지 잘 적응하길 기도한다. 고생했어 딸.
중앙 수술실이다. 이 복도를 침대에 실려 딸은 들어가고 나는 복도 앞 의자에 앉아 절실한 기도를 시작했다. 오른 쪽은 수술 후 나온 담석이다. 노란 황금색으로 나중에는 검게 변했다
수술하고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태풍이 지나가고 조금 시원해지자 병원 앞에 나와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