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 장점

화가 난 하루였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나의 장점을 드러내 주었다.

by 운아당



아침 일찍 마음이 분주했다.
우리 문학회에서 그동안 쌓아온 글들을 모아 발행할 문집의 교정본이 나왔기 때문이다.
총무인 나는 회원들이 검토할 수 있도록 안내 사항을 정리해 밴드에 올리고, 카톡으로도 보냈다.

책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언제나 설렘과 긴장이 함께한다.
표지를 고르고, 회원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받고, 작품들을 정리해 출판사에 보내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그 속에는 나의 시간과 열정, 그리고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몇몇 회원이 표지를 확인하던 중, 표지 날개에 실린 신간 소개를 문제 삼은 것이다.
예년에는 회원 사진이 들어갔는데, 왜 개인 신간 소개가 실리느냐는 것이었다.
“나만 몰랐나?”, “유구무언이다.”
그 말에는 불만과 비난이 묻어 있었다.


나는 순간 억울했다. 우리 문학회는 기성작가 모임이 아니다. 습작하여 모여 합평하는 모임이다 보니 아직 개인 책을 낸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회원들이 열심히 쓰고 기량을 갈고닦아서 올해는 세 명이 새 책을 냈다.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일인가.
그래서 출판사와 상의했고, 회장님의 의견도 들었으며, 문집에 회원 신간을 소개하는 것이 관례라는 말에 따라 표지 날개에 넣기로 했다.


‘내가 미리 알리지 않았던가?’
궁금해 카톡을 내려보니, 분명히 공지한 글이 있었다.
“올해는 회원의 신간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신간을 발간한 회원님은 책 표지와 소개글을 보내 주세요.”

그런데도 왜 이런 반응이 나온 걸까.
설사 공지가 없었다 하더라도, 회원의 신간을 함께 축하하고 격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속에서 부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왜 나는 변명해야 하는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가.

그러다 문득 마음이 가라앉았다.
‘아, 내가 미리 공지를 했지. 내가 그걸 빼먹을 사람이 아니지.’
그 순간 억울함보다 든든함이 밀려왔다.


그동안 단점이라 여겼던 ‘걱정 많은 성격’이, 사실은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원래부터 ‘미리 걱정하는 사람’이다.
앞뒤 일어날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준비하다 보니 에너지가 많이 쓰이고, 때로는 피곤하다.
‘조금은 느긋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를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 그 걱정 많은 나의 성격이 나를 위로했다.
내가 미리 공지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의 마음은 다양하다. 개인의 의견이 다 옳지는 않지만, 각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나는 그것을 다 바꿀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오늘의 불만이 나의 실수와 무책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미 안내했고, 그 사실이 나를 든든하게 세워주었다.

걱정이 많은 성격은 이모저모로 상황을 살피는 눈이었고,

미리 준비하는 습관은 뜻밖의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장점은 어디 숨어 있다가 평소에는 보이지 않고 언제 가장 빛나는가? 평화로운 날, 아무 일도 없는 순간인가? 아니면 불만과 시비, 갈등 속에서인가?”


불편한 말과 오해 속에서야 비로소, 나의 성격이 지닌 의미를 깨달았다.
평소엔 나를 힘들게만 했던 ‘걱정’이, 내 안의 불편함이, 나와 남에게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 되어 있었다.

오늘 하루는 분명 화가 나는 날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의 장점을 발견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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