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사실은 걱정이지.

by 운아당

서둘러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취나물, 콩나물, 가지나물이 있어 비빔밥을 해야겠다. 들기름과 참깨를 위에 끼얹고 삶은 계란 반으로 잘라 보기 좋게 올린다. 이때쯤 되면 남편은 일어나 나올 때가 되었는데 기척이 없다.

아침 식사하라고 부르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나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으로 들어가 보니 일어나 침대 끝에 걸터앉아 얼굴을 감싸고 앉아 있다.

"와 그라요. 아침식사 다 차려놨는데 와서 먹으소."

"머리가 어지럽네. 속도 안 좋고."


나는 속으로 콧방귀를 뀐다. '어젯밤에 술 먹었으니 그렇지. 아직 청춘으로 아나 봐. 젊어서 그렇게 술 먹었으면 이제 그만 먹어야지. 아직도 술 먹고 속 안 좋다고 하니...' 겉으로 뱉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중얼거린다.

"나 좀 더 누워 있을게."

남편은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마음이 바쁘다. 오늘은 지리산 도서관에서 '할매할배 시인학교'가 있는 날. 집안 청소를 마무리하고 쓰레기를 비우고 샤워를 하며 분주히 움직인다. 그래도 아픈 남편을 두고 떠나려니 마음이 무겁다. 서둘러 어제 딸이 보내온 마를 깎아 바나나와 함께 갈아 주스를 만든다. "이거 마시고 속 좀 풀어요." 남편이 한 모금 넘기는 모습을 보니 그나마 안심이 된다. 콩나물 꺼내서 국을 끓인다.


"아직도 청년인 줄 아요. 술은 이제 딱 결심하고 끊으소."

남편은 천천히 식탁에 앉아 비빔밥을 비벼 먹는다. 그릇을 앞에 두고 숟가락을 드는 모습이 어쩐지 배탈 난 어린아이처럼 힘겹고 애처롭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며도 몇 번이나 '밥을 다 먹었을까' 생각이 맴돈다.

속상한 마음에 구박을 해놓고 애써 모른 척해도, 아픈 사람을 두고 나온 마음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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