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크리스마스 파티

6일째

by 운아당
풍선 게임에 열중인 막내 손자


년 전 크리스마스였다.

휴일을 맞아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식당 한편에는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트리가 세워져 있었으며 캐럴이 잔잔히 흘러나왔다. 거리와 상점들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있었지만, 그 무렵 나는 교회를 쉬고 있었다.

문득 요즘 교회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궁금해졌고, 홀로 교회를 다니고 있던 둘째 딸에게 나는 한꺼번에 질문을 쏟아냈다.

“요즘도 새벽송 나가? 이브에 선물 교환해? 성탄절에 성극이나 찬양 발표, 성경 암송 같은 거 해?”

폭풍 같은 질문에 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중에 안 하는 게 많지. 성탄 축하 공연은 아주 간소하게만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편이 서운해졌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12월은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느라 분주했고, 그 분주함마저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잠시 생각하다가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럼 우리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하자.”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해마다 크리스마스 날이면 우리 집 식구들이 모두 모여 함께 파티를 하는 전통이 되었고, 그 약속은 팔 년째 빠짐없이 지켜지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외국에 사는 아들을 제외하고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중심에는 손주들의 일상이 놓였다.

둘째 딸이 순서를 맡아 모임을 차분히 이끌었고, 먼저 배를 든든하게 채우는 시간부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 수고를 덜어 주겠다며 초밥을 주문했고, 다양한 과일과 아이들 간식까지 더해 식탁은 부족함 없이 차려졌다.

속이 든든해지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이어서 가족 간의 친목을 위해 풍선을 몰고 가는 게임을 시작으로 서로 협동해야 하는 몇 가지 게임을 했고, 웃음이 터지며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이 열렸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는 친목을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면서도, 정작 가족 간의 우애를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의식적으로 애쓰고 있었을까. 이런 작은 노력들이 가족에게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그날 새삼 느꼈다.


웃음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우리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한 해 동안의 노고를 격려하는 ‘상장 수여식’이 이어졌다. 가장 먼저 손주들에게 상이 주어졌는데, 큰 손녀에게는 성실한 학교생활과 영어 스피치 대회에서의 수상을 칭찬했고 비록 이전보다 낮은 성적이었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태도를 기쁘게 인정해 주었다.

막내 손자는 태권도 1등급을 받은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있었기에 그 성취를 마음껏 칭찬했고, 첫 초등학교 생활이 쉽지 않았을 텐데도 잘 적응해 나가는 모습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사위와 딸들에게는 가정을 지키며 감당해 온 헌신과 희생을 고맙게 전했고, 우리 부부도 딸들이 준비한 상장을 받으며 말로 다 하지 못했던 고마움이 조용히 오갔다.


다음 순서는 올해 가장 힘들었던 일과 가장 즐거웠던 일, 그리고 내년의 소망을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막내 손주가 학교에서 친구 관계로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가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다. 손녀는 엄마에게 짜증 부리고 화낸 일이 생각난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이들이 우리 부부에게 건강하게 곁에 있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는 것에 답으로 남편은 너희들이 자기 역할을 다 잘해주니 고맙다는 말과 함께 올해는 사위가 일하다가 약간 사고를 당해서 입원한 일이 제일 힘든 일이었고 가족 모두가 걱정했던 일이라며 앞으로 건강관리 잘하자는 말을 했다.


마지막은 선물 나누기였다. 서로의 마음을 기억하며 준비한 선물들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은 자연스레 따뜻해졌다.

교회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성탄절의 여러 행사를 간소화했지만, 어릴 적 기억 속의 크리스마스 온기는 우리 집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이 시간이 우리 가정만의 고유한 전통으로 오래 자리 잡기를 조용히 소망해 본다.


주님,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가장 낮은 자리로 오신
주님의 성탄을 기억합니다.

주님께서 가르치신 말씀,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그 말씀을
먼저 우리 가정 안에서
살아내게 하소서.

주님을 믿는 믿음으로
우리가 구원 가운데 거하게 하시고,
주님의 사랑이 머무는 자리에서
기뻐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목숨으로 지켜 주신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날마다 감사히 누리게 하소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이 고백이
우리 가정의 삶이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감사하며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5. 12. 25. 목요일)




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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