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보조:
한계 너머의 세계를 보는 법

by 박보라

지난 며칠, 바벨에 10kg, 20kg 플레이트를 여러 장 끼웠다. 컨벤셔널 데드리프트 90kg, 그리고 스쿼트 60kg. 내 힘만으로는 바닥에서 띄울 수도, 안전하게 내려갈 수도 없는 현재의 나에게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무게. 하지만 이번에는 피티 선생님의 보조를 받아 무게를 경험하게 됐다.


그동안 나는 '도움을 받아 드는 무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중량을 누군가의 힘을 빌려 들어 올리는 행위가 무슨 의미람. 하지만 90kg를 잡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런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선생님이 하중의 일부를 견인해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척추와 손바닥에 느껴지는 질량의 압박은 생경했다. 60kg의 스쿼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깨를 짓누르는 하중은 내가 평소 다루던 무게와는 전혀 다른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숨을 고르며, 이 '보조'라는 행위가 주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보조는 단순히 내 힘을 덜어주는 요령이 아니었다. 내가 도달하지 못한 세계의 감각을 미리 보여주는 힌트였다. 만약 자립이라는 강박에 갇혀 보조를 거부했다면, 나는 90kg이라는 무게가 몸의 어느 부위를 가장 강하게 압박하는지, 60kg의 무게를 짊어졌을 때 다리가 어떻게 흔들리는지 오랫동안 알지 못했을 것이다. 타인의 전완근과 대퇴근을 잠시 빌려 그 무게에 발을 디뎌본 덕분에 나는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를 구체적으로 느끼게 됐다.


이 지점은 삶의 태도와도 연결되는 것 같다. 내 경우엔 모든 성취는 오롯이 내 힘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것을 무능의 증거로 여기거나, 과정의 순수성이 훼손되었다며 부끄러워하는 편. 하지만 이 보조의 경험은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했다. 때로는 내 한계 너머의 세상을 미리 경험해본 사람의 손을 빌려, 그곳의 공기를 미리 맛보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건 다른 사람이 내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젠가 도달해야 할 목표의 미리보기 같은 것이라는 생각.


보조를 통해 얻은 힌트는 명확했다. 90kg을 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한 코어가 필요하고, 60kg을 견디기 위해서는 긴장을 한순간도 놓쳐선 안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혼자였다면 추측만 했을 데이터를 타인의 도움을 통해 선명한 실체로 확인한 셈. 이 힌트는 이제 내가 다음 운동을 계획하는 데 있어 가장 정직한 지표가 될 것 같다.


최근 씻다보니 어깨 아래쪽에 있는 퍼런 멍을 발견했다. 보조하던 선생님이 내 몸이 무너지지 않게 낚아채듯 붙들었던 자국인 것 같다. 거울 속의 멍을 보며 다시 한번 실감했다. 지난 며칠의 기록은 타인의 도움으로 완성된 가짜 기록 일지도 모르지만, 그 무게를 받아내고 버텼던 내 몸의 흔적만큼은 진짜라는 것을. 타인의 보조를 긍정하는 것은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패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더 먼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기꺼이 다른 사람의 시야를 공유받는 영리한 선택일 수도.


이제 혼자서만 끙끙대며 제자리를 맴도는 대신, 적절한 순간에 타인의 힘을 빌리는 법을 배워봐도 될까. 내 한계 너머에 뭐가 있는지 미리 알고 가면, 모르고 가는 것보다 그 길이 훨씬 선명하고 덜 두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90kg와 60kg가 남긴 묵직한 잔상을 복기하며, 오늘의 이 힌트가 내일의 자립으로 이어지길.


https://www.youtube.com/@heavy.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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