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바벨이 미세하게 왼쪽으로 기운다. 수평을 맞추려 온 신경을 집중해 보지만,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이 기어이 처지고 만다. 내 몸인데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 불균형. 영상 속 기울어진 바벨을 보고 있자니, 꼭 요즘 내 삶의 궤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늘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살았다. 무례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조금 손해 보더라도 웃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맞추려 노력하는 수평만큼 정직하게 돌아오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내가 건네는 선의와 친절을 만만함, 당연함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 같다.
얼마 전, 데드리프트를 연습하고 있을 때였다.
“자세 별로니까 데드리프트 하지 마세요”라고 누군가 소리를 쳤다.
순간 멍해졌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무례함을 삼켰다. 미소를 지으며 바벨을 지탱하고 있는 플레이트로 내 감정을 꾹 눌렀다. 착해 보이고, 화내지 않을 것처럼 보이니까 사람들은 내 운동장에 제멋대로 들어와 흙탕물을 튀기고 찔러본다. 그리곤 말한다.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냐고. 늘 그랬다. 가까운 사람이든, 먼 사람이든. 나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다.
그럴 때면 두려워진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기우뚱거리는 이 인생의 바벨에, 드디어 이젠 내가 깔려버리는 순간이 올 때가 된걸까. 벤치프레스를 하다 중량에 깔리는 것은 물리적인 사고지만, 인생의 무게에 깔리는 것은 소멸이다. 무례함을 견디고, 무너지는 수평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무게, 내가 정말 컨트롤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이러다 어느 순간 힘이 다해 그대로 짓눌려버리면 어쩌지.’ 그렇게 중력처럼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건, 뭘까. 무게일까, 날까?
다시 영상 속의 나를 본다. 바벨은 분명 기우뚱하고 불안하다. 세트를 반복할 수록, 그 비대칭은 더 심해진다. 삶을 이어갈 수록 내 삶도 그렇게 점점 기울까.
어쩌면 "하지 마세요!"는 별 것 아닌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임계점 앞에 와 있는 아슬아슬한 상태에 살짝 불을 붙인 건 맞는 것 같다.
무례한 이들에게 나는 여전히 친절하게 대한다. 오히려 더욱 더 친절하게. 그들은 앞으로도 내 자세와 친절을 비웃겠지. 나는 매번 그걸 감당하리라 다짐하지만, 도대체 이걸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깔리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된다 생각했는데, 계속 이렇게 기울어져 있다면 끼워져있던 플레이트가 떨어지면서 쿵, 하는 소리를 내게 되지 않을까. 나는 결국 깔릴 거고.
아, 깔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이 기울어진 자세가 나의 유일한 수평이 되어버리는 일. 수평을 맞추려는 의지를 상실한 채, 한쪽으로 쏟아지는 무게를 그저 멍하니 응시하는 상태. 플레이트가 바닥으로 쏟아지며 소리를 내든, 그 충격으로 내가 어긋나든, 이제는 더 이상 균형을 잡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을 그 상태.
버티고 있다는 말은 이제 기만처럼 느껴진다. 나는 버티는 걸까, 아니면 서서히 무너지는 중일까. 기울기가 가팔라질수록 굳은살은 더 깊어지고, 내 친절과 호의는 갈 곳을 잃는다. 쏟아져 내릴 원판의 무게를 기다리는 무서움 속에서 문득, 궁금하다. 이 비대칭의 끝엔 뭐가 올까.
나는 어쩌면 수평을 맞출 수 없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그냥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원판을, 그리고 필연적으로 날 그 굉음을 바보처럼 기다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https://www.youtube.com/shorts/KS5QxAgDkT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