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애순의 시 10편

by 생각의 정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주인공들의 감정을 담은 시 10편을 모았습니다. 때로는 대사보다 더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제주 감성, 애순이의 시집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주인공의 시 모음

목차

들어가며 – 시로 말한 애순의 인생


애순의 시 10편 1편: 엄마의 부엌 2편: 숨비소리 3편: 나의 섬 4편: 검은치마 5편: 제주바당 6편: 오름 위에서 7편: 감귤꽃 8편: 너를 기다리는 비 9편: 수국 아래 10편: 고맙수다


애순의 시가 남긴 여운


마무리하며 –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시였다


들어가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를 살아낸 여성 애순이의 인생을 시처럼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진짜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시’로 써 내려갑니다.
그녀의 시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시대를 건너뛴 감정의 기록이자 제주의 정서입니다.
이제 그 시들을 한 편 한 편 들여다 봅니다.


애순의 시 10편


1. 엄마의 부엌

등장 상황: 어린 애순이가 엄마를 잃고 난 후, 엄마가 남긴 부엌에서 슬픔과 그리움을 안고 처음으로 시를 쓰는 장면.


img.jpg

엄마의 부엌
연탄불 위
조용히 끓는 국물처럼


엄마의 숨결이
방 안 가득 피어납니다


나는 밥을 지을 줄 몰라서
그저 눈물만 짓습니다



2. 숨비소리

등장 상황: 해녀가 된 애순이가 물질을 하며 처음으로 바다와 소통하게 되는 순간.


숨비소리
내 숨이
바다 아래 묻히고


허공으로 뿜어 올린
그 소리


내 안에 남은 것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img.jpg



3. 나의 섬

등장 상황: 외지인과의 갈등 속에서, 애순이가 ‘제주’라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시로 표현함.


img.jpg

나의 섬
이 섬은
누구의 것도 아니오


돌담 위 핀 꽃
바당에 젖은 발자국


그 모든 것이
나의 기억, 나의 섬



4. 검은치마

등장 상황: 첫사랑을 떠나보낸 날, 애순이가 상복 같은 검은치마를 입고 쓴 시.


검은치마
치마 끝에 묻은 흙처럼
마음이 무겁소


그대는 가고
나는 남았소


바람이 불 때마다
나는 그대를 걷습니다


img.jpg


5. 제주바당

등장 상황: 세월이 흐른 후, 애순이가 중년이 되어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장면.


img.jpg

제주바당
큰 파도도
작은 파도도


결국은 해안에 닿습니다


그대도 나도
부서지며 나아갑니다


6. 오름 위에서

등장 상황: 애순이 오름에 올라, 내려다본 마을을 바라보며 고요한 마음으로 적은 시.


img.jpg

오름 위에서
높은 곳에 오르니


마음이 작아졌습니다


작아서
더 많이 보였습니다


7. 감귤꽃

등장 상황: 고단한 하루 끝에 집 앞 감귤나무 아래 앉아 적은 시.


img.jpg

감귤꽃
작고 하얗게 피어나서


바람에 웃습니다


나는 그 웃음을
저녁 반찬 삼아


하루를 넘깁니다


8. 너를 기다리는 비

등장 상황: 오래 전 헤어진 누군가를 다시 기다리는 장면.


너를 기다리는 비
장마가 아니어도


나는 자주 젖습니다


그대 이름을 부르면


하늘이 먼저 울어버립니다


img.webp


9. 수국 아래

등장 상황: 죽음을 준비하는 노년의 애순이가 마지막으로 기억을 돌아보며 쓴 시.

GdDVa6tal_9_pjAgq2jMYXsn6fEfqLbfdqZm3JRKkBdRiKPlIZ5wp8NdOD6HfD30_JfwcAU3Tk-jcHTXgy3y4Q.webp

수국 아래
사람도 꽃처럼 피고


때가 되면 져야지요


그래도 이 향은
남아있을까요?


그대가 한번쯤
생각해준다면


10. 고맙수다

등장 상황: 애순이 삶을 돌아보며 마지막으로 전하는 인사 같은 시.


고맙수다
욕도 했고
사랑도 했고


미워도 하고
안고도 살았수다


그 모든 순간에
당신이 있었수다


고맙수다

img.jpg


애순의 시가 남긴 여운

애순의 시는 제주 방언처럼 푸근하고, 해녀처럼 강인하며, 어머니처럼 따뜻합니다.
그녀의 시를 통해 우리는 말하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까지 들여다보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시였다

한 여인의 삶이, 그 삶 속의 시들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내야 할 시가 아닐까요?
오늘, 당신의 하루도 시가 되기를 바라며
애순이의 말처럼, "고맙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컷 속 풍자 - 상처 위의 헬멧